플라스틱 협약, 부산서 역사적 순간 못 만들었다
산유국 반발에 막혀 결국 무산
내년 협상 재개 합의하고 폐회
부산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도 끝내 협약 성안에 실패했다.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을 잇는 환경 협약이 부산에서 탄생할지 주목을 끌었지만,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2일 정부와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이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오전 3시까지 이어진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INC-5는 폐회했다. 내년 협상위원회를 재개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INC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1일 폐회를 앞두고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UNEP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도 “부산 회의에서 우리는 건강, 환경, 미래를 플라스틱 오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글로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면서 “중요한 분야에서 여전히 차이가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단계에서 규제를 주장한 산유국과 파나마, 멕시코, EU 등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국가 사이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부산에서 역사적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회의 막판 한국 정부 수석 대표인 외교부 조태열 장관과 환경부 김완섭 장관이 부산을 찾아 총력전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 ‘유해 플라스틱·화학물질 퇴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서 정부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특히 플라스틱 생산 규제 부분에 대해 반발했다.
환경단체는 INC-5 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환경운동연합은 2일 성명서에서 “이번 INC-5의 결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강력히 거부한 세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더 이상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산업계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방해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