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기부 천사’ 불경기에 장학금 더 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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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헌장학회 강진용 이사장
19년간 1400명에 16억 기부
올해부터 배 이상 늘리기로
“불황에 학생들은 오죽할까…”

강진용(오른쪽) 동헌장학회 이사장이 2일 김해시청에 장학금을 기탁했다. 김해시청 제공 강진용(오른쪽) 동헌장학회 이사장이 2일 김해시청에 장학금을 기탁했다. 김해시청 제공

2005년부터 19년 동안 부산·울산·경남 학생들에게 총 16억 원을 기부해 온 독지가가 올해는 장학금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불경기 속 학업 어려움을 겪을 학생들을 생각해 연말을 맞아 ‘통 큰 결단’을 내렸다.

부산·경남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재)동헌장학회 강진용(72) 이사장은 매년 1억 원씩 기부하던 장학금을 올해부터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장학금 규모는 2억 3000만 원이다.

장학회 측은 이날 김해시청에 5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기탁식을 가졌다. 이어 동래구청 등에도 장학금을 전달하게 된다. 장학금 대상자는 구·군에서 선정된 차상위 계층과 소년소녀 가장 등이다.

강 이사장은 2005년 장학재단을 세운 뒤로 매년 1억 원 안팎의 장학금을 마련, 약 100만 원씩 100여 명에게 전달했다. 지금까지 기부 금액만 총 16억 원에 달하고, 혜택을 받은 학생 수가 1400명에 이른다. 올해는 장학금을 2억 3000만 원으로 늘리며 장학금 혜택을 230명이 받게 됐다.

강 이사장이 장학금을 늘린 것은 불경기에 학생들이 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강 이사장이 운영하는 사업에 불경기가 찾아오자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불경기인 것이 맞지만, 이럴 때 학생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침체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에 장학금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장학 사업을 펼친 기간도 벌써 20년이 가까워 온다. 강 이사장은 시멘트 대리점에서 레미콘사 10개·아스콘사 4개를 운영하는 대표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성공의 길’을 걸은 인물이다.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되자 그는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공수래공수거’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강 이사장이 찾은 길이 바로 장학사업이다. 상고를 나와 법학과를 졸업한 그가 사업을 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의 기본이라고 생각한 강 이사장은 사재 50억 원을 들여 ‘동헌과학기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부산과학고와 경남과학고 위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했다.

장학재단을 운영하던 강 이사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차상위계층 학생들이었다. 비교적 장학제도가 잘돼 있고 국비장학생도 많은 과학기술 분야 장학금에 비해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엔 한계가 있었다.

강 이사장은 10여 년 전부터 재단의 이름을 (재)동헌장학회로 바꾸고 저소득층 학생 생활비 지원 등을 시작했다.

강 이사장은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장학재단의 자금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최근 금리가 올라 장학재단 자금 운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기부금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라며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장학금을 기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며, 수익이 증가하는 대로 기부금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평소 학생들로부터 오는 감사 편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식 농사에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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