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냐 교육자료냐… 불명확한 지위 속 검정 통과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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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3개월 앞둔 AI 디지털 교과서

내년 1학기 초중고에 76종 투입 예정
교과서는 ‘의무’ 교육자료는 ‘선택’
“혼란 줄이려면 지위 정리부터 해야”
교육계선 문해력 발달 저해 등 우려
“교사 숙지 후 본격 도입해야” 지적도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의 시연 행사에서 관계자가 AI 디지털 교과서 의 주요 기능을 토대로 참여형 수업 및 학생 맞춤교육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의 시연 행사에서 관계자가 AI 디지털 교과서 의 주요 기능을 토대로 참여형 수업 및 학생 맞춤교육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500만 초중고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를 목표로 하는 AI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가 지난달 검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전국 초중고 학생들에게 제공될 준비를 마쳤다. AI 교과서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공론화가 진행돼 내년 3월 학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검정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남아있다.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로 할지, ‘교육자료’로 할지를 둘러싸고 정치권 내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AI 교과서가 학생들의 문해력과 학습 능률을 저해할 것이라는 교육계 우려도 여전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AI 교과서를 교육현장에 투입하기에 앞서 교사들이 충분히 AI 교과서를 습득하고, 실제 교육에 이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 교과서 76종, 검정 통과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내년 3월부터 초중고에서 사용할 영어·수학·정보 교과의 AI 교과서 76종을 최종 검정 교과서로 발표했다. 전국 각 초등학교는 내년 2월까지 3·4학년 영어·수학, 중학교·고등학교는 각각 1학년 영어·수학·정보에서 과목별 AI 교과서 1종씩을 선정한다. AI 교과서는 내년 3월 시작되는 1학기부터 전국 각 교실에서 이용될 예정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AI 교과서를 이용해 교사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학생들은 지역·소득과 관계 없이 창의성·협업 등 미래 역량을 함양해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됐지만, AI 교과서의 지위는 여전히 논란이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교과서’로, 야당은 ‘교육자료’로 보고 있다. 교과서로 판단할 경우 전국 초중고는 기존 종이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AI 교과서를 채택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반대로 교육자료로 규정된다면 각 학교장이 채택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조문을 담은 개정안을 야당 단독 의결로 통과시켰다.

교육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을 3개월 앞두고, AI 교과서의 지위를 규정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영근 J교육연구소 대표는 “AI 교과서를 기존 종이 교과서와 동일한 지위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으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AI 교과서 이용 방안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학교에서 혼란을 줄이려면, 교육부와 정치권이 조속히 AI 교과서 지위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준비 필요” 한목소리

교육부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등에 대한 전국 시도 교육감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중고 내 국어·기술·가정 교과의 AI 교과서 도입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또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AI 교과서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태블릿PC 등 기기 관리를 담당하는 ‘디지털 튜터’를 1200명 배치하고, 교육지원청별로 전담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교사들이 맡아온 디지털기기 관리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AI 교과서를 교실에서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AI 교과서가 담고 있는 내용과 체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본다.

권혁제 부산일과학고 교장(교육부 교육개혁정책자문단 자문위원)은 “AI 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교사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생님들이 AI 교과서 체계를 이해하고 수업 자료로 적용하기에는 남은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 교장은 “선생님들이 종이 교과서와 AI 교과서를 병행하며 최적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논란이 여전한 AI 교과서 구독료 문제 등도 차근차근 짚어가며 도입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영근 대표는 “종이 교과서 본연의 기능에다 AI 교과서가 갖고 있는 맞춤형 교육의 특성을 살린다면 교육 효과는 분명 커질 것”이라며 “교사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AI 교과서 활용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교육계가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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