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 계획도 못 세웠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경협 조사…56.6% “계획 미정”, 11.4% “없음”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화된 내수 부진에 고환율, 미국 정권 교체 등 대내외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기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지난달 13∼2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응답 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1.4%였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계획 미정’은 6.9%포인트(p) 증가했고 ‘계획 없음’은 6.1%p 늘었다. ‘계획을 수립했다’은 응답은 32.0%로 지난해보다 13%p 줄었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9곳) 중에서는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는 경우(28.2%)가 확대하는 경우(12.8%)보다 많았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59.0%였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많았다. 내년 경기 전망이 더 어둡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내년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전망(33.3%), 국내 투자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이 지목됐다. 경기 부진이 직접적인 이유인 셈이다.

내년도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 기업의 77.8%는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인 설비 확장은 18.9%에 불과했다. 구조조정에 중점을 둔다는 답변도 3.3%였다. 설비를 늘리는 곳이 10곳 중 2곳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42.9%)가 가장 많이 뽑혔고 고환율 및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을 들었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지원 확대(21.0%),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8.15%p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