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일의 기쁨과 슬픔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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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정필, 정지우, 김재용 외 12인

책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멜라이트 제공 책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멜라이트 제공

정부가 임시 공휴일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에 설레는가. 내년에는 공휴일이 총 며칠인지, 명절 연휴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가. 역시나 당신은 직장인이 맞다. 월요일이 부담되고, 주말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면 ‘밥벌이의 무거움’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사람일 테다. 원래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부담스러운 게 ‘일의 슬픔’ 아니겠는가.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에는 일의 슬픔 대신 기쁨에 초점을 맞춘 인물 15명이 등장한다.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시 기획자 등 일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메디컬라이터나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처럼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직업도 있다. 저자들의 직업은 제각각이지만 일로 얻은 보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작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는 정지우 씨는 “일은 그저 돈벌이 도구로 전락하고, 일이 주는 기쁨과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일이란 가치 있는 삶의 또 다른 말이다.

책에는 반가운 인물도 등장한다. 부산 전포동에서 크레타 서점을 운영하는 강동훈 작가다. 강 작가는 10년 넘게 독서모임 운영자로 활동하다 책방지기가 됐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에게 책 이야기를 전달하고,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하다 보니 단골들의 발길이 잦아졌단다. ‘이 서점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책’이 동네서점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영업 비밀도 살짝 공개한다. “동네서점의 본질은 책을 판매하는 장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책방지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일의 슬픔에 익숙한 직장인과 직업의 세계를 탐구하는 청년에게 이 책은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겠다. 직업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사람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들의 솔직한 생각이 담겼다. 정필 외 12인 지음/멜라이트/368쪽/1만 80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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