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통로 어디? 공사장 난립에 미로 된 서부산 관문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
8. 서부버스터미널
20년 째 그림 없이 중구난방 개발
표지판 제각각, 도로 정비는 미흡
공사 과정서 공공디자인 적용해야
부산도시철도 사상역 5만 명, 시외버스터미널 3만 4000명, 부산김해경전철 2만 명…. 인근 공장·기업 근로자들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유동 인구 13만 명에 이르는 교통과 상공업의 요충지.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일대 얘기다.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내년에 개통되고, 도시철도 사상~하단선이 2027년부터 운영되면 유동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여 년째 공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이 없이 공사가 이어지면서 여행객을 비롯한 이방인에게는 원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는 미로가 돼 버렸다.
■공사·운영 제각각 경관 훼손만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앞. 애플아울렛을 중심으로 길 건너 음식점, 병원, 마켓 등 번화가가 뻗어있었다. 각종 간판이 빼곡하게 들어찬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진 그 곳에서 도시철도 사상역과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을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1년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이 생기고 부산도시철도 사상역과 버스터미널을 잇는 연결통로가 2012년 마련됐지만 길 찾기는 여전히 노동에 가까웠다.
지난 5일 오후 4시 부산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을 함께 찾은 디자인 전문가들은 환승객들의 길 찾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시철도 사상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까지 지하통로도 마련돼 있지만 여행객 상당수는 여전히 지상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표지판과 신호등, 전신주 등이 난립한 것도 문제였다. 한국전력, 경찰청, 기초자치단체 등 운영 주체들이 나뉘면서 설치물 정리가 제각각이다보니 되레 도시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었다. 공사 주체도 마찬가지. 도시철도는 부산교통공사, 복선전철은 국토교통부 등이 맡으면서 역사 안내 시스템도 중구난방이었다.
시민이 빠진 채 각종 공사가 이어지면서 정주 인구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동남권디자인산업협회 박영심 대외협력부 이사는 “시민이 참여하면 공사가 지연되는 것 같지만 시민들의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장 난립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희망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공디자인이 적용되면 공사 후 뒤늦게 보수 작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상구가 제정을 준비 중인 공공디자인 조례가 지역 공공디자인의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공공디자인 조례가 제정되면 공공디자인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 공영주차장 일대 3만 2000㎡에 이르는 부지에 조성 중인 도시바람길 숲 ‘사상역 문화숲’도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다. 부산시 주요 관문 경관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김유준 과장은 “역 주변 지역의 공공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선 건축 실시설계 단계부터 공공디자인이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며 “지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면 제2의 부산역으로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