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 극단 도전 담긴 '악당의 색’, 3년 만에 완성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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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컨택, ‘악당의 색: 레드’ 공개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 도전
“실험적 시도로 에너지 보여줘”

뮤지컬 '악당의 색: 레드' 공연 장면. 극단 아이컨택 제공 뮤지컬 '악당의 색: 레드' 공연 장면. 극단 아이컨택 제공

2022년 부산에서 유일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주체 사업’에 선정된 청년 극단 아이컨택이 시리즈 마지막 공연인 ‘악당의 색: 레드’를 무대에 올리며 3년간의 도전을 마무리했다. 아이컨택은 향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청년 극단들과 함께 뮤지컬 축제를 여는 등 지역 공연예술의 저변을 넓혀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일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개된 뮤지컬 ‘악당의 색: 레드’는 부산 청년 극단 아이컨택이 지난 3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주체 사업’에 선정된 아이컨택은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시리즈물 ‘악당의 색’ 3부작을 완성했다. ‘악당의 색’은 학교 폭력, 수직적인 위계질서 등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악당의 색: 레드’는 ‘악당의 색: 퍼플’(2023년 8월), ‘악당의 색: 블루’(2024년 8월)에 이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정통 연극 형식인 ‘퍼플’과 대사 대신 춤이 주를 이루는 신체극 형식의 ‘블루’에 이어 뮤지컬 형식의 ‘레드’가 완성되면서 극단 아이컨택만의 고유한 시리즈물이 탄생한 셈이다. ‘학교로 본 우리 사회’라는 핵심 주제를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악당의 색’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악당의 색: 레드’는 행화예고에서 벌어진 낙서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느 날 행화예고의 상징물인 천사상에 외설적인 낙서가 그려지고 학교를 책임지는 주교는 범인을 추적한다. 주교는 학생들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행화예고를 둘러싼 비밀들이 점점 밝혀진다. 아이컨택은 이번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7곡의 뮤지컬 음악을 제작해 공개했다. 하늘에서 불꽃이 떨어지는 듯한 장면을 포함해 각별히 신경 쓴 무대 연출도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이번 작품의 의미는 단순히 ‘악당의 색’ 시리즈를 완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컨택의 이러한 도전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청년 극단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컨택은 ‘악당의 색’ 3부작 이외에도 ‘룸메이트’ 3부작, ‘틀에디션’ 3부작을 포함한 여러 시리즈물을 제작해 활동 중이다. 연극이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뮤지컬, 탈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해 내며 청년 극단이 가진 열정과 저력을 보여준다. 아이컨택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시도는 지역 공연 예술계의 활력을 더하고, 부산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공연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실적인 내용으로 지역 청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연극 ‘룸메이트’는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에 초청돼 영국 제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탈춤과 판소리, 스트릿댄스 등이 결합된 ‘틀에디션’은 각종 해외 공연예술축제에 초청돼 유럽 무대를 앞두고 있는 등 결실도 맺었다.

아이컨택은 최근 부산에서 활동 중인 3개의 극단(빅픽처스테이지, 판플, 우릿)과 함께 ‘제1회 디셈버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해 지역 공연 예술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악당의 색: 레드’를 포함해 ‘미스터 마담’ (빅픽처스테이지), ‘천국으로 배달해드립니다’ (판플), ‘UNTIL DEATH’ (우릿)이 관객과 만났다. 이들은 내년부터 행사를 확대해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고 비평가 매칭·대본 개발·홍보 등의 지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이컨택 측은 “2025년부터 기수 단위로 인원을 모집하는 프로젝트팀을 운영해 부산을 거점으로 역량 있는 예술인을 발굴·육성하고 청년예술단체가 할 수 있는 발칙한 도전과 실험을 이어가고자 한다”며 “국내·외 우수한 아티스트와 협업하기 위해 독자적인 협업 체계를 만들고, 미국 뉴욕 라마마 극장과 국제 협업공동제작으로 미디어 융복합 연극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악당의 색: 레드' 공연 장면. 극단 아이컨택 제공 뮤지컬 '악당의 색: 레드' 공연 장면. 극단 아이컨택 제공
극단 아이컨택 '악당의 색: 블루' 공연 장면. 아이컨택 제공 극단 아이컨택 '악당의 색: 블루' 공연 장면. 아이컨택 제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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