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반응 없는 윤 대통령…탄핵 기류 짙어지는 여당
윤 대통령, 당 ‘조기 퇴진’ 요구에 탄핵 대비 의지 보여
김재섭도 이날 “탄핵 찬성”…‘이탈표’ 5개로 늘어
일단 한동훈 지도부 '2·3월 퇴진 거듭 설득 입장
민주 “내란 수괴에게 왜 시간 더 주나” 2차 탄핵안 발의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찬성’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당 지도부의 ‘조기 퇴진’ 요구에 대해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법적 대응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 이상 방어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국민의힘은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당론 반대’에서 이탈하는 의원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나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14일 2차 탄핵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죽는 길이 곧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에서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 의원까지 최소 5명의 ‘이탈표’가 발생하게 됐다. 범야권 192명에 더해 여당에서 3명만 더 찬성해도 탄핵안은 가결된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 역시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번 주 탄핵에는 찬성표를 내가 던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묻자 “2차 본회의는 참석하겠다는 분들이 최소 10명 이상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당의 조기 퇴진 요구에 대해 하야 보다는 탄핵소추를 감수하고 헌법재판소 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여당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용산 관계자들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어떤 경우든 자진해서 내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면 한 대표도)선택지가 없다. 만약 대통령실에서 탄핵해 달라고 얘기하면 그렇게 (탄핵으로)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윤 대통령이 내년 2월 또는 3월 조기 퇴진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당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의 이양수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TF는 어제(10일) 안을 만들어서 지도부와 의원총회에 보고했고,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오늘부터는 대통령을 설득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2·3월에 퇴진하고 4·5월에 대선을 치르는 안이 탄핵보다 훨씬 빠르고 명확하기 때문에, 그리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 가중하려면 이 안(하야)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윤 주류는 여전히 탄핵도, 조기 퇴진도 반대하면서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며 차기 대선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차라리 한동훈과 ‘레밍’(집단자살 습성이 있는 나그네쥐)들은 탄핵에 찬성하고 유승민, 김무성처럼 당을 나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로드맵은 국민의 요구를 완벽하게 거스르는 것이다. 내란 수괴 범죄자에게 왜 몇 달 간 시간을 줘야 하나”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안을 발의, 12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14일 오후 5시 표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