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최소 1년 이상 늦어진다?…왜?
헌정 사상 최초 감액 예산안
예타도 1년 넘어 지연 여파
2030년 개원도 차질 불가피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 사업이 산 넘어 산이다. 기획재정부 딴죽에 사업 규모를 30% 이상 줄여 겨우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됐지만 이후 꼬박 1년이 넘도록 안갯속이다. 설상가상 정부 예산안 대폭 삭감 여파로 국가정원 관련 국비를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해 그나마 남은 반쪽마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30년 개원 목표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도가 국회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던 한·아세안 국가정원 조성 관련 사업비 10억 원이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정원 예타가 아직 진행 중인 데다, 초유의 감액 예산안 사태가 겹친 탓이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서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거제시는 남부내륙철도, 가덕신공항과 연계할 새로운 관광산업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거제시가 추천한 후보지 중 동부면 산촌간척지 일원을 대상지로 낙점한 산림청은 2022년 12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까지 완료하고 작년 2월 예타를 신청했다. 조성 면적은 64만 3000㎡, 사업비는 최소 29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를 토대로 2024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2025년 실시설계를 마친 뒤 이듬해 상반기 첫 삽을 뜨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에 발목이 잡혔다. 기재부는 산림청 밑그림이 너무 부실하다며 예타 요구서를 반려했다.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국비 지원 당위성과 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계획대로라면 전남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된 두 곳과 달리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과 예산을 국가가 전담하는 첫 사례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이를 핑계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성 요구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결국 예타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고 다급해진 경남도와 거제시는 조성 면적과 사업비를 각각 40만 4000㎡, 1986억 원으로 줄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림청은 여기에 지방 정부 재원 분담 방안 등을 담아 재심사를 요청, 작년 10월 기재부 제5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가까스로 예타 대상에 포함됐다.
통상 예타 기간은 9~10개월 정도다. 지난해 선정 당시 만해도 올해 7월 중엔 통과 여부가 나올 것으로 봤다. 이후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면 2026년 하반기엔 착공해 2030년 이전 완공도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여태 하세월이다. 한·아세안 국가정원 예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 중이다.
예타에서 ‘타당성 있다’는 결론이 나면 기본계획,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첫 삽을 뜬다. 그러나 결과 회신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예타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이대로는 어렵게 예타 문턱을 넘어도 예산이 없어 꼬박 1년을 허비해야 한다. 시는 내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 논의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있지만 증액과 달리 신규 사업은 추경 반영 역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산림청 사업이다 보니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많다. 특히 예산은 근거나 권한이 전무하다”며 “당장은 예타 통과에 집중한 뒤, 결과가 나오면 추경에 포함시킬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