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내란 자백’ 발언 역풍 불렀나…권성동으로 결집한 친윤
원내대표 선거 중 윤 담화 두고 “내란 자백” 언급에 친윤계 격앙
김태호 지원 의도로 해석…다수 의원 오히려 권성동 몰표로 반응
권성동 “탄핵 반대가 아직 당론”…당론 반대 유지 가능성 커져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5선의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이 12일 선출됐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 속에 친윤계가 다시 여당 원내 사령탑을 맡는 게 적절하느냐는 안팎의 비판에도 권 의원은 이날 맞대결을 벌인 김태호(경남 양산을)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꺾었다. 당내에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내란 자백’ 발언이 오히려 친윤 결집을 부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당 소속 의원 108명 중 10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과반인 72표를 득표하며 34표를 얻은 4선의 김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검사 출신의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 및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 첫 원내대표를 맡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번 경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는 친윤계가 절대적 다수이긴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충수’에서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친윤계가 명분에서 크게 밀린다는 점에서 ‘이변’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범친류으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약한 일부 의원들도 사석에서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여당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느냐”며 우려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그러나 결과는 친한계를 제외한 대다수가 권 의원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이날 원내대표 선출 의총장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를 비판하면서 “반성이 아닌 자기 합리화다.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발언한 것이 역풍을 불렀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대표를 비롯해 친한계는 이번 경선을 앞두고 권 의원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김 의원을 물밑 지원했다. 한 대표가 이날 의총이 열리는 중에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확신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낸 배경 역시 경선 표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 대표의 ‘내란 인정’ 발언에 친윤계 의원들은 “대표 사퇴”까지 거론하며 격하게 반발했고, 이런 반발 심리가 그 직후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친윤인 권 의원이 원내 사령탑을 맡으면서 ‘이탈’이 확산되던 윤 대통령 2차 탄핵안 표결 기류에도 유동성이 커졌다. 권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를 회고하며 “탄핵보다 무서운 것이 분열”이라며 “그 분열을 막기 위해 저는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당론이 탄핵 부결이다. 이를 변경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의총을 열어 그 부분에 대해 당론 변경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총의를 모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 제명·출당을 논의하기 위해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한 데 대해서도 “윤리위 소집을 해서 제명하는 것보다는, 그런 의사를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하면 대통령께서 알아서 거취 문제를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