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기로 나를 드러낸다” 젠지세대의 ‘데코덴티티’ 열풍
가방·신발 등 꾸미기 트렌드
관련 키워드도 다양화 추세
아이템 매출액 덩달아 껑충
패션업계 커스텀 서비스 도입
신발부터 가방, 다이어리, 노트북, 책, 텀블러 등의 소지품을 취향대로 꾸미는 ‘데코덴티티’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데코덴티티는 장식을 뜻하는 ‘데코레이션’과 정체성을 의미하는 ‘아이덴티티’가 결합된 신조어로, ‘젠지(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사이에서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꾸미기 열풍은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소비 트렌드로 언급된 ‘토핑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토핑 경제란 피자에 자신이 좋아하는 토핑을 올리듯 기본 상품에 자신만의 토핑을 더해 특별한 제품을 완성하는 소비경향을 말한다. 기존 기성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나만의 것’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꾸미기’와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12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지그재그 내 ‘꾸미기’가 포함된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배 급증했다.
다이어리나 노트북을 꾸밀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 ‘스티커’ 검색량과 거래액은 각각 75%, 219% 늘었으며, 옷이나 가방 등에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는 ‘와펜’ 검색량도 3배 가까이(198%) 증가했다. 이 외에도 ‘캐리어 꾸미기’와 ‘카드 꾸미기’ 등 꾸미기 관련 검색 키워드도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월에 접어들면서 어그부츠, 다이어리, 트리 꾸미기 등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어그 꾸미기’ 검색량은 직전 달 같은 요일 대비 288% 늘었다. 새해 필수 구매 아이템 중 하나인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다이어리 케이스’와 ‘다이어리 커버’ 검색량은 각각 182%, 171% 증가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어 두는 장식품인 오너먼트를 찾는 고객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그재그는 꾸미기 열풍에 맞춰 연말연시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기획전을 오는 23일까지 진행하고, 최대 2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등 다이어리 꾸미기템부터 에어팟 케이스, 그립톡 등 디지털 액세서리, 키링, 지비츠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꾸미기 열풍이 지속되면서 소품숍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 10월 지하 1층에 자체 기획 시즌소품 편집숍인 ‘S.tyle select(에스타일 셀렉트)’를 전국 최초로 오픈하기도 했다. 신세계가 직접 엄선한 MD로 구성된 자체 소품숍으로, 젊은 고객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다양화하면서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30세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마련했다.
패션업계도 개성에 따라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유니클로는 롯데월드몰점 1층에 개인 취향에 따라 커스텀 티셔츠를 제작할 수 있는 ‘유티미’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에 설치된 태블릿 PC를 통해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비롯해 800여 가지의 이미지 스티커를 활용해 티셔츠와 토트백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휠라도 국내 테니스화 업계 최초로 ‘커스텀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고객이 자신의 발 모양에 맞춘 모델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신발의 전면과 측면, 신발 끈, 밑창, 로고 등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변경할 수 있다. 아디다스 코리아도 서울 일부 지역 매장에서 자수, 패치, 디지털 프린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발을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인 ‘메이드 포유’를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똑같은 아이템이 유행하더라도 나만의 취향을 담은 아이템을 갖길 원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꾸미기 아이템들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