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지켜낸 민주주의… 국가 정상화에 총력 쏟아야
14일 윤 대통령 탄핵, 한 대행 체제 출범
국가 기능 회복에 여야 초당적 협력해야
국회가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14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이후 8년 만에 다시 대통령 공백 사태다. 국회는 이날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 대통령의 모든 헌법 권한을 정지시켰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에 헌법 절차에 따른 헌정 질서 회복이다.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지켜낸 일등공신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어 그나마 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진퇴는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헌재는 최장 180일간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과 내란죄 혐의를 심사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국가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헌재의 신속한 심판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군 병력의 국회 투입,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등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관한 물증과 관련 증언이 많은 만큼 그리 오래 끌지는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헌재 역시 재판관 전체 회의를 16일 열어 사건 처리 일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수순이다. 아울러 탄핵이 가결된 이상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도 미뤄선 안 된다.
무엇보다 지금 국가적인 최급선무는 국정 운영의 정상화다. 한덕수 체제의 최고 임무는 내년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 정상 국가의 모습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 대행이 첫 일성으로 “굳건한 안보 태세 확립”과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작동 모습”을 강조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 등 안팎의 불확실한 경제 여건부터 국내의 의료공백 사태, 연금 개혁을 포함한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호가 안팎으로 삼각파도에 직면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시점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중단될 뻔했던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지켜낸 국민들에게 여야 정치권은 앞으로 초당적인 협력을 통한 국가 위기 극복으로 보답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정국 장악력을 더욱 높인 민주당의 역할이 막중하다. 당장은 한 권한대행 체제와 긴밀히 협력해 국정안정협의체든,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든 뭐든 조속한 실행이 아주 중요하다. 탄핵안 가결 이후 심각한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15일 국정 혼선 방지를 위해 강경파의 목소리를 뿌리치고 한 대행의 탄핵 추진을 안 하겠다고 밝힌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 이제부터 여야 정치권 앞에는 오직 국민과 국익만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