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에 정국 주도권 잡기 나선 민주당
이재명 ‘국정안정협의체’ 제안
경제 회복 위한 추경 편성 강조
특검법 등 법안 거부권 행사 차단
국힘 “여전히 우리가 여당”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정 정상화를 위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소비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서도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차단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도부 붕괴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여당’ 역할을 자임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협의체 구성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제 대통령이 직무 정지가 됐으니 국민의힘도 여당이 아니다. 이제는 여당도 야당도 없고 중립적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며 “작은 이익을 따지다 큰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협의체 참여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특히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도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부 재정 역할 축소에 따른 소비 침체”라며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이나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 예산, AI 관련 예산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단은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직무대행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라며 “한 권한대행이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차단’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주장한 추경은 편성권이 정부에 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여당과 협의해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하고 편성된 예산을 국회에 제출, 심사를 받는다. 이 대표가 추경 편성을 강조한 것은 국회가 처리한 ‘감액 예산’과도 관계있다. 민주당은 2025년 예산안 심사에서 국회 증액을 포기하고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 증액을 노리던 각 지역의 현안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하는 민주당은 감액 예산을 처리하면서 지역 현안 사업 예산 확보는 추경 편성을 통해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을 최대한 압박해 추경을 관철시키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현안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혼란 시기에 국회 다수당의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등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최대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 대표의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을 거부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