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문 악단 종신 악장의 부산 리사이틀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 독주회
21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한지호 교수, 피아노 반주 맡아
라벨 소나타 등 4곡 연주키로
프랑스의 명문 악단인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이하 OCNT)의 종신 악장이 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30)은 부산 출신이다. 지난해 6월 제1악장으로 입단한 뒤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올 3월 심사위원과 단원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종신 악장에 임명됐다. OCNT로 옮기기 전에는 2019년부터 2년간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부악장을 역임했으며, 2022년엔 오케스트라 드 파리(파리 관현악단) 부악장에도 선발됐다.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는 김재원이 오는 21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3년 만에 독주회를 연다. 국내외 초청 연주회만 해도 빠듯한데 굳이 독주회를 여는 이유가 궁금해 지난 13일 부산에 온 그를 만났다.
“올해만 12번째 한국에 왔습니다. 전부 초청 공연이었고요. 제가 나고 자란 부산은, 연주자로서 성장을 지켜본 곳이어서 남다릅니다. 부산에서 연주하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결혼은 안 했지만, 친정에 온 느낌이랄까요. 부산에서 연주하는 게 좋아서 ‘굳이’ 독주회를 기획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재원은 부산예중을 마치고 부산예고로 진학했지만, 1학년이던 16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해 학사로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석사 수석 입학 및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14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으며, 국내외 다양한 페스티벌 초청 연주회와 협연 기회를 가졌다. 특히 20대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8·오슬로 필하모니 관현악단 상임지휘자, 파리 관현악단 음악감독) 초청으로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드 파리의 객원 악장으로 초대받아 연주했다. 김재원이 현재 몸담은 OCNT 상임지휘자 역시 ‘지휘 강국’ 핀란드가 배출한 세계적인 젊은 마에스트로 타르모 펠토코스키(24)로 지난 9월 5년 임기로 부임하면서 화제를 뿌렸다.
“저 역시 남들이 보기엔 운이 좋아서 된 것 같지만, 뼈를 깎는 연습과 훈련의 연속이었습니다. 한예종을 다닐 때도 거의 매일 경비원 아저씨가 문을 두드릴 때까지 연습하다가 같이 퇴근했습니다. 톤할레에서도 전쟁터처럼 배웠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입단 2년 만에 많이 늘었습니다. 출근 첫날부터 홀에서 연습하느라 거의 매일 막차를 탔습니다. 막차를 놓치면 새벽 첫차가 다닐 때까지 연습했고요. 매주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습하고, LP로만 듣던 거장들이 와서 연주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저는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처음 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100여 명에 달라는 오케스트라에서 인정받으려면 일단은 실력이 최우선입니다. 그리고 리더로서 인성이 중요합니다. 물론 오케스트라 음악 방향을 신속하게 파악해서 수십 개의 악기 간 밸런스를 조절하는 순발력도 필요합니다.”
이번에 그와 호흡을 맞출 피아노 파트너는 한지호(32·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 교수)이다. 올해 8월 인디애나 음대 교수에 임용됐으며, 피아노과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이고, 최연소이다. 독일에서 주로 활동해 온 한지호는 2014년 서울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독일 ARD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 및 청중상, 현대음악 특별상을 받았다. 또 2016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4위로 입상했다. 이런 두 사람의 만남이어서 기대가 크다.
“올해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4 교향악축제’에서 저는 이승원이 지휘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협연했습니다. 한 교수는 김천시립교향악단과 짝이 되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했습니다. 교향악축제를 지켜본 예술의전당 추천으로 이번 무대를 함께하는데, 피아노 반주는 한 교수도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도전을 좋아하는 서로의 성격처럼, 독주회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소나타를 3곡이나 포함했다.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G장조 M.77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F단조 Op.80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FWV8이다. 그나마 릴리 불랑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소품(녹턴, 코르테즈)이 쉬어가는 정도이다. 모녀지간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희 부산대 명예교수도 “안 그래도 바쁜데 굳이…”라면서 의아스러워했다고 한다.
“사람은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도 이왕 하는 것 쉽게 가지 말자고 했고요. 내년 2월 연주 스케줄과 한 곡 정도는 겹치지만 모두 새로운 곡입니다. 라벨의 2번 소나타와 프로코피예프의 1번 소나타는 평소 많이 연주되는 곡은 아니고요, 프랑크 소나타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특별한 포인트를 연구 중입니다. 프랑크 곡은 피아니스트에겐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릴리 불랑제 곡은 톤할레에서 연주한 적이 있는데, 꼭 소개하고 싶은 작곡가여서 선택했습니다.”
내년엔 OCNT 악장 연주 외에도 국내외 일정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당장 내년 2월 1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초청 독주회, 2월 20일 2025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 금호아티스트(세계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 공연, 2월 21일 현대카드 ‘손민수 큐레이티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또한 세계적 명성의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 심사위원에도 위촉돼 2025년 4월 브장송-서울-파리-베를린-몬트리올 예선과 9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본선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거의 3주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서 에어프랑스에서 알아보는 스튜어디스가 생길 정도입니다. 그만큼 초청 연주가 많았습니다. 내년에는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이번 독주회만 하더라도 기획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컨트롤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포스터와 팸플릿 디자인, 홍보까지 도맡아 하려니 쉽지 않네요. 그렇지만 이번에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정말 모시기 어려운 분이어서 부산 관객이 많이 와서 봐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래오래, 음악의 재미를 잃지 않고 함께하는 음악 동료들과 서로 존경하고 감사하면서, 가진 재능을 끌어내 합을 보여주는 연주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석 3만 원. 문의 010-8519-0448.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