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도서관 이용객들 “건물 멀쩡한데 웬 리모델링” 반발
도교육청, 179억 원 들여 건물 환경 개선
내년부터 1년 4개월간 폐쇄, 방수·방음 등
이용객 “시설 좋아 공사 필요성 못 느껴”
공사 중지·운영 중단 거부 등 민원 제기도
경남교육청이 김해도서관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1년 4개월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히자 이용객들이 멀쩡한 건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교육청 직속 김해도서관이 내년 1월 1일부터 2026년 4월까지 운영을 중단하고 179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 공사 항목은 건물 방수, 외부 소음 차단, 취약한 소방시설 보완, 외부 경관 조망권 확보다.
김해도서관 관계자는 “비 오는 날 실내 곳곳에 빗물받이통을 둬야 할 정도로 누수가 심하다. 스프링클러도 고장 났다. 요즘 추세에 따라 구조도 개방형으로 변경할 계획”이라며 “이용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한꺼번에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측의 해명에도 이용객들은 누수와 소음 문제에 따른 불편을 체감하지 느끼지 못했다고 반발한다.
매일 오전 김해도서관을 찾는다는 김태완(74) 씨는 지난 12일 경남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 리모델링 공사를 반대하는 민원을 넣었다. 앞서 김 씨는 민원 제출을 위해 도서관 이용객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설문조사를 벌였다. 참여자 80명 중 76명이 ‘공사 중지’에 찬성했다.
실제 김해도서관은 2016년과 2017년 전국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우수도서관에 선정돼 각각 국무총리상과 문체부 장관상을 받았다. 평가 항목에는 도서관 경영, 인적자원, 시설 환경, 정보자원, 도서관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사실상 시설과 환경 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김 씨는 “이만큼 시설이 잘 갖춰진 도서관을 본 적이 없다”며 “도서관 측에 문의했더니 비행기 소음 때문에 이중창을 설치한다고 했다. 내부 소음이 문제지 외부 소음은 크게 느껴보지 못했다. 누수가 있다고 하는데 만일 있다면 옥상 방수 작업을 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년 4개월에 179억 원이면 도서관 하나를 새로 건축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이다. 명백한 예산 낭비”라며 “민원 거절 시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를 꼭 해야 한다면 공사 기간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도 나온다.
외동 주민 김양기 씨는 “인근 주민들이 오랜 기간 도서관 교육 프로그램과 열람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시내에는 도서관이 이곳밖에 없어 문을 닫으면 삼계동까지 가야한다”며 “공사를 해야만 한다면 단계적으로 진행해 시민 이용이 가능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시민 불만이 커지자 지역 정치권에서도 이용객 불편을 덜어주려는 움직임이 인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이시영(국민의힘·김해7) 의원은 “사안을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본 후 관련 기관들의 협조를 구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해도서관 현재 건물은 봉황동 7560㎡ 부지에 지상 3층 건물로 2010년 준공됐다. 이곳에는 유아·어린이 자료실과 노인·장애인실, 갤러리, 인문과학실, 예술어문학실, 보존서고, 디지털자료실, 자유학습실, 휴게실, 시청각실, 다목적실, 세미나실 등이 마련돼 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