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순망치한’ 관계였나…광야에 선 한동훈의 운명은
한동훈, 16일 당대표직 사퇴 선언
尹은 직무정지, 韓은 대표직 상실
윤 후광으로 자리 오른 한동훈 광야로
국민의힘 체제서 대권 도전 의견 분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이틀 만이다. 같은 듯 달랐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각각 탄핵 국면을 맞고 당대표직을 잃었다. 한 대표의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도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압도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출범한 ‘한동훈호’는 반년도 채 가지 못했다. 한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탄핵이 아닌 이 나라에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음 아프신 지지자들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탄핵을 찬성한 것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는 어떤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들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대표직 상실은 지속했던 윤 대통령과의 ‘불화’가 불씨가 됐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결정적이었다. 윤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후광으로 당대표직까지 올랐다. 변화와 쇄신을 천명했던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끝없는 갈등을 이어왔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거취, 의대 증원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친윤(친윤석열)계,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4·10 총선 전부터 윤·한 갈등이 이어졌고,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3대 해법’을 강조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역시 한 대표의 강경한 태도를 정면으로 대응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독대가 아닌 면담 이후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만찬을 가지는 등 ‘당대표 패싱’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한 대표는 줄곧 이같은 ‘여당 속 야당’ 전략을 유지했지만, 당내 구심력은 키우진 못했다. 이른바 친한(친한동훈)계가 한 대표 주위를 지켰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한 대표는 당을 휘어잡지 못했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계와 친한계 간 갈등 구도만 부각됐다.
한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맞아 윤 대통령, 친윤 세력과 완벽하게 갈라섰다. 한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위헌·위법한 계엄”이라며 비판 입장을 냈고, 이후 당론을 거슬러 ‘탄핵 찬성’을 공개 주장했다. 한 대표의 탄핵 찬성 기류와 권성동 원내대표의 탄핵 반대 기류가 부딪힌 상황에서 탄핵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후 한 대표를 향한 당내 의원의 질책이 쏟아지면서 그를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됐고, 한 대표 본인은 당 대표직을 잃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한 대표의 정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당 대표직을 상실했더라도 당장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는 한 대표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만난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 대표 주변에서는 한 대표가 휴식기를 거쳐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핵심적 역할을 한 한 대표가 국민의힘 내에서 재기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