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절반이 습해…남해 시금치 농업재해 인정될까?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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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지 46% 습해, 저습지 피해 집중
10~11월 잦은 비 원인, 생산량 급감
농업재해 인정 건의, 결과는 미지수

남해군의 한 시금치 재배지가 대규모 습해를 입어 수확이 어려운 상태다. 남해군 제공 남해군의 한 시금치 재배지가 대규모 습해를 입어 수확이 어려운 상태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의 해풍 먹은 시금치인 ‘보물초’가 대규모 습해를 입어 농업재해 인정 등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남해군은 지역 내 시금치 재배 면적 943ha 중 46%인 432ha에서 습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습해 피해는 ‘논’ 시금치에 집중됐다. 논 시금치는 파종면적 675ha 중 60%인 405ha, 밭 시금치는 268ha 중 10%인 27ha로 큰 차이를 보였다.

습해 피해가 집중된 논 시금치 중 땅이 낮고 습기가 높은 저습지 시금치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했다.

시금치 등 월동작물은 파종 후 가을철에 비가 자주 오면 토양이 과하게 습하게 돼 뿌리가 썩거나 잎이 노랗게 변하는 ‘엽황화’, ‘입고병(모잘록병)’, ‘역병’ 등의 병해가 발생한다.

해마다 조금씩 습해가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건 드문 일이다. 농가들 사이에선 ‘역대급’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습해 원인은 10~11월 사이 내린 호우 등 잦은 비 때문이다. 시금치 파종기인 10월 경우 올해 강우 일수가 11일, 강우량은 217.5mm로 최근 5년간 평균치 강우 일수(5일)의 2배, 강우량(69.4mm)은 3배 정도 각각 늘었다.


습해를 입은 시금치의 원뿌리 선단과 잔뿌리가 모두 썩었다. 남해군 제공 습해를 입은 시금치의 원뿌리 선단과 잔뿌리가 모두 썩었다. 남해군 제공

시금치 초기 생육기인 11월도 마찬가지다. 강우 일수는 2일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강우량은 평년 25.6mm에서 75.5mm로 2.5배 급증했다. 반면 일조시간은 10월 29%, 11월 12%로 각각 줄었다.

한 농민은 “올해 비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9월부터 배수로를 정비했는데 예상보다 비가 더 많이 왔다”며 “10월은 집중 파종기고 11월은 시금치 생육 초기여서 가장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에 비가 많이 오다 보니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습해가 확산하면서 남해 시금치 생산량이 급감했다. 지난달 12일 보물초 초매식 이후 이달 13일까지 남해 시금치 출하량은 173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55t에 비해 29% 줄었다.

kg당 평균 가격은 2935원으로 지난해 2344원보다 25% 올랐으나, 전체 출하 금액은 50억 8700만 원으로 전년도 57억 5600만 원에 비해 12% 감소했다.

시금치가 고사하면서 일부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고 다시 파종했지만 나아지지 않자, 영양제나 비료를 살포하는 등 힘겹게 수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군은 지난달 14일 정부에 시금치 농가 피해지원과 농업재해 인정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기재부 등 정부 관계자들도 남해를 찾아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이 지난달 27일 대규모 습해를 입은 남해군을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해군 제공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이 지난달 27일 대규모 습해를 입은 남해군을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해군 제공

그러나 이번 습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논 시금치는 밭 시금치에 비해 습해에 취약하다. 보물초는 밭작물로 분류되는 데, 농민들이 이를 알고 재배했다는 점에서 인재로 분류될 수도 있다. 남해의 경우 논에 비해 밭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금치 습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된 적이 없어 현재로선 인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군 관계자는 “논 시금치라서 습해를 입었다고 보기엔 비가 너무 자주 왔다. 충분히 자연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남해뿐 아니라 인근 고성이나 신안 쪽에서도 습해가 발생한 만큼 농민들을 위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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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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