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의 첫 시험대 '거부권 행사'
평소 소신대로 양곡법 등 野단독처리 법안 거부권 행사할 듯
17일 국무회의 상정여부 주목…野 반발 국정 협력 차질 가능성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해당 법안은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한 권한대행은 17일 윤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첫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한 권한대행은 평소 이들 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는데 재의요구안 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정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정부의 모든 판단 기준을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에 두겠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와 같은 현안에 있어서 정파적 이해관계나 특정 정당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발언으로 비춰볼 때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과의 협력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탄핵 정국 속 안정적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편,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고건 권한대행의 전례가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고 권한대행은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보상에 대한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고 권한대행을 보좌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