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누구나 가진 ‘마음의 구멍’, 물질·권력으로 채워선 안돼” 김철권 동아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8강
인간 고통은 사건에 대한 기억 때문
ADHD 약물 치료제 부작용 경고도
“환자의 내면적 힘 키우는 것이 핵심”
“인간의 가슴 속에는 누구나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은 존재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를 알고 싶어 하지만, 이를 소유 결핍으로 오해해 물질이나 권력으로 채우려 합니다. 이 욕망의 근원이 바로 인간의 심리적 결핍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존재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고, 외적인 것에 의존하기보다는 내면을 돌아봐야 합니다.”
지난 1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양CEO아카데미 8강에서 김철권 동아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37년간의 기록과 철학,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그는 지난 4월 출간한 4권의 저서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를 통해 약 400여 편의 글에 그의 경험과 성찰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신과 의사의 꿈은 정신분열병 파트를 집필하는 것입니다. 제가 젊은 시절 쓴 ‘정신분열병을 극복하는 법’이 5만 부 이상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론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입니다. 저는 환자와 가족을 함께 치료하며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에도 폭넓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행동치료와 정신분석을 결합하며,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김 교수는 사랑의 본질이 말에 있다고 보았다. 사랑한다는 말이야말로 사랑의 유일한 근거라는 점을 강조하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의 신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사랑의 근거는 말이며, 그 진실은 말의 힘으로 전달된다고 보았다. 진정한 사랑은 대가 없는 무상성과 상대를 보호하는 보호성에 기반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사랑하는 대상을 기억 속에서 떠나보내는 애도의 과정이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애도가 완성되려면 사랑했던 대상을 떠나보내고, 그 대상을 담은 기억까지 죽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실의 죽음과 기억의 죽음이 모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애도가 끝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가난함과 깊은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김 교수는 ADHD 약물과 항우울제와 같은 치료제가 환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약물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환자가 자신의 내면적 회복력을 찾도록 돕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물이 장기적으로 환자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치료는 환자의 주도성과 내면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명은 환자의 증상을 분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환자의 정체성을 규정하거나 치료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약물은 필요할 때만 적절히 사용해야 하며,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 환자의 내면적 힘을 키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죽음을 통해 삶은 완성됩니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며, 내면의 힘을 믿으십시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