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탄핵 땐 석 달 만에 반토막 부산 아파트 거래, 혹한 또 오나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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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월 7000건→3500건 폭삭
헌재 파면 결정 이후 돼서야 반등
현재 월 2000~3000건 수준 불과
윤 정권 부동산 정책까지 공회전

8년 전 탄핵 때 부산 아파트 거래량이 석 달 만에 반토막이 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황령산에서 바라본 해운대구와 수영구, 남구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8년 전 탄핵 때 부산 아파트 거래량이 석 달 만에 반토막이 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황령산에서 바라본 해운대구와 수영구, 남구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은 안갯속에 빠졌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부산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석 달 만에 반토막 났는데, 지금은 거래량 자체가 바닥을 치고 미분양 물량은 치솟는 등 시장 여건이 당시보다 더욱 안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기 직전이었던 2016년 10월 부산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067건이었다.

하지만 지역 사회 곳곳에서 탄핵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11월에는 6608건으로 감소했고,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12월에는 5228건, 이듬해 1월에는 3470건으로 주저앉았다.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석 달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급감했던 아파트 거래량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2017년 3월 3875건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도 정부가 청약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수요 조절 대책을 쓴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 매수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분양권 전매 여파로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만성화되면서 거래량 자체가 8년 전보다 적다. 올해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7월 33개월 만에 3000건을 넘긴 3159건을 기록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8월 2711건, 9월 2280건으로 줄어 들었다가 가을 이사철을 맞아 3019건으로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둘째 주 부산의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0.06% 하락하며 2022년 6월 셋째 주부터 2년 6개월째 상승 전환 없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5038세대로 전월 대비 167세대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1744세대로 한 달 새 209세대나 늘었다.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보였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주택 공급 사업은 물론 법안 개정까지 공회전만 하다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의 전면 재검토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 의제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들도 제자리에 멈춰 설 가능성이 높다.

또 정치적 불안정성은 다소 완화됐지만 환율이나 증시는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계속 치솟는다면 매출원가와 분양가 등이 동반 상승, 건설 업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시멘트나 레미콘 등 핵심 원자재는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사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경기 침체에다 대출 총량제 시행 등이 겹쳐 지역 부동산 시장 거래량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다”며 “탄핵 정국은 부동산 매수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부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다소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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