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다시, 일상 공간으로 회복하기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계엄 하루 전 윤 대통령 민생토론회 참석
소상공인 성공 사례 등 현장 목소리 북적
기존 정책 중단 없이 탄력적인 운영 절실
2025년 지역 대표 브랜드 활성화 바람
12·3 비상계엄 하루 전인 12월 2일.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국정 후반기 첫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패널로 초청받은 자리에서였다. 윤 대통령이 오는 행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 보안 절차도 간단했고, 가벼운 토론 자리로 생각하고 참가했다. 행사장 로비에서 각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소상공인 대표님들을 오랜만에 만나 신년 인사를 미리 나누면서,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토론회 행사장은 ‘ㄷ자’ 형식의 2단으로 구성되어 소상공인과 정부 실무진들이 함께 앉아 서로 눈 맞춤이 가능한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혀 권위적이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되고 대전 성심담 인근에서 카페를 하는 청년사업가, 군산에서 상권 기획을 하는 대표님, 멀리 태백에서 오신 세탁소 사장님들의 지역 이야기와 현장에서의 생생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민생토론회에서는 대전 성심당 주변 카페 업주는 성심당에서 빵을 사 오면 접시와 포크를 내어주면서 카페 영업이 오히려 잘되고 있다는 상권 상생 사례와 대기업과 협력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충남 예산시장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어, 금융감독원, 중소기업벤처부, 국토교통부 등 부처의 성격에 맞게 지역 상권 지원 정책을 담당자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정부에서는 잠재력을 가진 소상공인들을 라이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단계별 성장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실적인 금융지원, 전통시장 배달 수수료 감액 정책, 일회용품 과태료 부과 방식 변화, 지역 내 소규모 골목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상권 내 역량 강화를 위해 소상공인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시제품화하는 로컬 메이커스 협력형 사업 등이었다. 또한, 상권 기획가 육성을 통해 지역성에 맞는 기획가들과 함께 사업화를 진행하는 정책도 인상적이었다.
바로 앞자리에 앉은 윤 대통령은 왠지 심각해 보였다. 그는 이날 지역마다 대표적인 브랜드 육성을 통해 상권 중심 지역브랜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은 저축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 소비가 중요한 시대”라면서 “12월에 소비하는 부분은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그간의 단발적인 정책 사업과 달리 다양한 지역상권 지원 방법과 키워드별로 다방면의 실천 방안을 들으면서 나름 현실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정책이 펼쳐진다면 2025년에는 올해와 달리 상권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활력있는 도시공간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하루 만에 의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루 전에 들었던 무수히 많은 정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벌써 공공에서 운영하는 축제나 행사는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향후 6개월 동안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과 걱정, ‘지역은 더 힘들 거’라는 비관적인 이야기가 마구 들려 온다. 계엄 이전에도 상인들은 IMF 경제위기보다 힘들다고 말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현황 긴급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88%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라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응답자 10명 중 4명은 향후 1~2년 동안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작은 바람은 그간에 기획된 사업과 지원 정책이 멈추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빠르게 추진하려던 정책과 지역사업이 탄핵정국과 상관없이 활기차게 운영되는 모습이다. 오히려 민관지역협력모델을 구축하여 지역과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추진되던 사업이 지역균형발전과 소상공인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편이 아닌 전문성을 기준으로 협력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여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나아가 도시브랜드를 다시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탄핵이 가결되면서 부산 시내 번화가도 일상의 공간, 일상의 모습으로 점차 돌아오고 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변화무쌍한 모습과 힘처럼 12월 오늘의 일상 또한 빠르게 회복되어 2025년을 맞이했으면 한다. 위축된 연말 특수가 하루빨리 회복돼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반가운 사람들로부터 몇 통의 문자가 왔다. 한해를 정리하고 2024년을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도 모임을 언제 할지 물어오고 있다. 골목 가게에 시즌 메뉴를 만들었던 대표님도 오늘은 가게 앞에 안내판을 내걸었다고 연락을 주셨다.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노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