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곧 애국” 실종될 뻔한 연말 분위기의 귀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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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취소하고 거리 갔던 시민들
탄핵 가결 이후 속속 일상 돌아와
송년회 등 각종 약속 잡느라 분주
자영업자도 예약 늘자 한숨 돌려

지난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해운대 빛 축제를 관람하고 있다. ‘새로운 물결, 눈부신 파도’를 주제로 한 올해 해운대 빛 축제는 미디어파사드, 에어벌룬 눈빛놀이터, 그네 포토존, 불꽃 드론쇼 등 다양한 볼거리로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해운대 빛 축제를 관람하고 있다. ‘새로운 물결, 눈부신 파도’를 주제로 한 올해 해운대 빛 축제는 미디어파사드, 에어벌룬 눈빛놀이터, 그네 포토존, 불꽃 드론쇼 등 다양한 볼거리로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침체됐던 연말 분위기가 탄핵소추안 가결로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송년 행사를 재개하라고 권장하고 나섰고, 시민들 사이에도 ‘회식이 곧 애국’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식당과 술집 등에도 예약이 서서히 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 이후로 송년 모임이 재개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연이어 “송년 모임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시민들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회사원 안 모(52) 씨는 “미뤘던 회사 연말 모임을 다음 주로 다시 잡았다”며 “탄핵안 가결로 대한민국의 막힌 혈이 뚫렸으니 경제에도 피가 돌도록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돈도 쓰며 연말을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년 모임 재개 이유로 ‘탄핵안 가결’을 꼽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주영은(25) 씨는 “주말 집회에 나가려고 연말 약속을 잡지 않았는데, 탄핵안 가결 이후 3일 만에 모임 5개가 잡혔다”며 “집회에서 만나던 친구를 송년회에서 볼 생각을 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공정민(25) 씨 역시 “탄핵안 가결 전에는 불안감에 일부러 연말 약속을 잡지 않고 보류했다”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고난 후 친구와 여행 계획을 잡았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자 자영업자들도 뒤늦게나마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연산동에서 규모가 큰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45) 씨는 “탄핵안 가결 이후 급하게 당일 예약을 잡으려는 손님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가결 전에는 주말에도 하루 1~2팀 예약에 그쳤지만 가결 후에는 4~5팀 예약으로 늘었다. 어서 빨리 하루 10팀 예약이 모두 차 있던 예년 수준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침체 우려가 커 회복세는 빠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물가가 빠르게 오르며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서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정수(50) 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토막났는데 계엄령 시국 때문에 반의 반토막으로 떨어진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연말이면 일주일에 3~4건 단체 예약은 기본으로 잡히는데 지금은 한 건도 없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시민들도 돈이 없으니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한목소리로 송년회 재개를 독려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재계에서도 송년회 재개를 당부하고 나섰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연말연시 사내 행사는 차분하고 간소하게 하되 본사와 영업점의 연말 송년회 등은 예정대로 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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