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수수료 절약’ 달러도 개인 거래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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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금테크·환테크 부활
금, 8거래일 만에 620억 매수
당근에서 달러당 1400원 수준

국제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 금값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국제 금값은 중국이 6개월 만에 금 매수를 재개한 소식에 급등했다. 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 금값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국제 금값은 중국이 6개월 만에 금 매수를 재개한 소식에 급등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환율과 증시 침체로 ‘금테크’(금+재테크)와 ‘환테크’(환전+재테크)가 부활하고 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 속에 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고환율에 수수료를 아끼려는 달러 중고거래까지 등장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현물 가격(1kg 금 현물의 1g 당 가격)은 12만 2430원으로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줄곧 12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전날보다 820원 오른 12만 820원이었던 가격은 12일 12만 5560원으로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최고점을 찍었다.

개인들의 금 매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집중됐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가 사들인 금만 620억 원(501kg)에 달한다. 올해 전체 순매수액(5120억 원)의 12.1%에 달하는 몫을 8거래일 만에 쓸어 담았다. 같은 기간 은행,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이 사들인 금(340억 원)보다 두배가량 많은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인이 40억 원의 금을 판 데 비춰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금 예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골드뱅킹 계좌 잔액은 75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골드뱅킹 잔액(7448억 원)과 비교해 91억 원 늘었다. 지난 10월 말 7773억 원을 기록했던 골드뱅킹 잔액은 차익 실현에 줄어들다가 이달 들어 증가했다.

골드바 같은 금 실물은 거래 시 부가가치세·수수료(약 15%)가 발생하고 보관 비용이 드는데도 매입 수요가 늘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하는 골드바가 지난 4일 15억 원 넘게 팔렸다. 통상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평균 7억~8억 원 수준인데 이를 훌쩍 넘겼다.

지난 5일 9890만원, 6일 13억 3500만 원에 이어 9일에는 16억 1700만 원의 골드바가 판매되는 등 이후로도 일일 판매량이 10억 원 이상을 훌쩍 넘기고 있다. 부산은행에서도 지난해 전체 판매된 골드바 판매액이 1473억 원인데 올해는 3배 이상 늘어난 4929억 원이 팔렸다.

계엄 선포 이후 치솟은 환율 탓에 여행을 앞둔 여행객 등은 중고거래를 통해 달러를 사고 팔기도한다. 18일 취재진이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인 당근마켓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역 별로 수 백 건의 ‘달러 팝니다’ 글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연말 여행 수요가 늘어나지만, 환율이 치솟은 탓에 달러를 사고 파는 은행 환전 수수료를 아끼려는 차원에서 개인 간에 달러를 사고 파는 것이다.

환율이 1430원대까지 올랐지만 중고거래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수수료 등을 고려해 1400원에 통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르면, 5000달러 이하와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거래의 경우 한국은행 신고 의무가 없다. 달러 중고거래가 늘어나자 당근마켓에서는 달러 거래 주의 지침을 거래하는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서도 달러 예금, 금 예금 등의 문의가 확연히 늘어났다”며 “내년 금리 인하가 본격화 되는 점도 금 재테크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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