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삼키고 되새기는 여정 그린 ‘극음악 비비몽’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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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오광대 영노 ‘비비’ 소재로
소리·몸짓·음악 다채로운 무대

부산국악원 기악단·성악단
27~28일 연악당에서 공연

비비 역에 정윤형(왼쪽). 부산일보 DB 비비 역에 정윤형(왼쪽). 부산일보 DB

“악을 삼킬 것인가, 마음을 되새길 것인가!”

조선시대 최고의 영노 ‘비비’는 악한 양반들을 처단하는 임무를 지닌 인기 캐릭터이다. 고성오광대가 펼치는 흥겨운 야류마당에서도 비비는 탐욕스러운 양반 ‘수양반’을 처단한다. 고성오광대의 인기 캐릭터 비비를 소재로 한 ‘극음악 비비몽(夢)’이 만들어졌다.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성악단(예술감독 계성원)은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획 공연으로 ‘극음악 비비몽’을 27~28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에서 선보인다. 다만, 이번 작품은 말이 아닌, 소리와 몸짓으로 서사를 전달한다. 판소리, 민요, 정가, 창작 음악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른바 ‘송스루’(Song 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퍼포먼스이다.

송혁규 연출은 “‘극음악 비비몽’은 단순히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악을 삼키는 것만으로 정의가 이루어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그 답을 찾고자 하는 여정을 그린다”고 밝혔다.

작품은 비비가 나쁜 양반을 9999명 삼켜 왔지만, 더 이상 악을 삼키기보다는 풍류로 사람들의 마음을 되새기게 하여 악을 치유하고자 하는 갈등에 빠진 상황을 보여준다. 염라대왕은 비비의 능력을 믿지만, 그가 악을 삼키지 않으면 그 악이 더 커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비비를 시기하는 다른 영노들은 비비가 더 이상 악을 삼키지 않고 풍류에 빠져 있다며, 그를 ‘영겁의 무’로 보내야 한다고 염라대왕에게 고발한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고민 끝에 비비를 영겁의 무로 보내는 대신, 그를 미래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악이 더욱 성행하는 미래로 보내져, 악한 권력자를 마주하게 되는데….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극음악 비비몽’은 이런 비비의 모험 이야기를 다양한 노래와 연주로 풀어낸다. 부산국악원 기악단·성악단 단원이 총출연해 정악, 민속악, 판소리, 민요, 연희를 비롯해 창작 음악까지 더해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관객 몰입형 무대로 이머시브 사운드 등 다양한 무대 효과와 영상을 활용해 관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송혁규 연출을 비롯해 무대 디자이너 이은석, 조명 디자이너 이재욱, 음향 디자이너 김도석 등 전문 제작진이 참여한다.

계성원 예술감독은 “전통 국악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엮어낸 이 작품은 우리 선조들이 사랑했던 ‘풍류’의 진정한 의미를 오늘의 관객들과 함께 느껴 보고자 기획했다”며 “풍류는 단순히 흥겨운 음악과 춤을 넘어 우리 민족의 질서와 조화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삶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이 공연을 통해 풍류가 가진 깊은 메시지를 새롭게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정엽 부산국악원장도 “이번 공연에서 전하는 ‘삼킴’과 ‘되새김’은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경험을 통한 정보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김으로써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얻는 과정을 얻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성악단 기획 공연 ‘극음악 비비몽’ 포스터. 국립부산국악원 기악단·성악단 기획 공연 ‘극음악 비비몽’ 포스터.

비비 역에 정윤형(판소리), 말뚝이 역에 김미진(판소리), 옹대표 역에 최재근(연희), 염라대왕 역에 이희재(정가) 외에 또 다른 영노 범내(이은혜 경기민요)·삼락(신진원 판소리)·모라(김사랑 경기민요), 수양반(김재기 연희), 염라대왕 메신저 강서(신현주 가야금병창)·옥황상제 메신저 율서(김윤지 정가)가 등장한다. 음악감독·작곡·편곡·지휘 계성원, 대본 계성원·김민정, 연주 기악단·연희부·성악단. 관람료 S석 2만 원, A석 1만 원. 문의 051-811-0033.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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