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거제시장 재선거 막 올랐다
예비후보 등록 첫날 8명 출사표
민주 4명, 국힘 3명, 정의 1명
여야 유력 주자 4명 시기 조율
비상계엄·탄핵 정국 여파 관건
국힘 공천, 민주 집안싸움 변수
내년 4월 2일 치러지는 거제시장 재선거 예비후보 등록 첫 날 여야 3당 소속 8명이 이름을 올렸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권순옥·김성갑·백순환·옥영문, 정의당 손한진, 국민의힘 황영석·박환기·권태민 예비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경남 거제시장 재선거 막이 올랐다. 23일 기준 투표일인 내년 4월 2일까지 정확히 100일 남았다. 12·3 비상계엄에 이은 대통령 탄핵 여파로 어수선한 정국에도 선거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잔여 임기는 1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후 다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20일에만 8명이 이름을 올려 예선부터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일까지 2025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거제시장 재선거 예비후보로 총 8명이 등록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순옥(70) 전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 김성갑(53) 전 경남도의원, 백순환(65) 전 거제지역위원장, 옥영문(63) 전 거제시의회 의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권태민(66) 전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 박환기(62) 전 거제시부시장, 황영석(67) 거제발전연구회장이 등록을 마쳤다. 정의당 소속 손한진(72) 전 부산시 공무원(국회 의석수에 따른 가나다순)도 예비후보로 나섰다. 이밖에 민주당 변광용 전 시장과 국민의힘 전기풍(58) 도의원, 김봉태(63) 전 밀양시부시장, 천종완(65) 전 시의원도 사실상 채비를 마치고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영삼‧문재인 전 대통령 고향인 거제는 조선업계 ‘빅3’로 손꼽히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이 있는 명실상부 조선 도시다. 진보 성향 노동자가 절대다수이지만 민선 7기를 제외하면 역대 총선과 지방선거는 보수당과 보수 성향 후보가 독식했다.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단 387표, 0.39%p(포인트) 차로 당락이 결정될 만큼 간격이 좁혀졌지만 올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땐 4.5%p 5837표 차로 다시 벌어질 만큼 밑바닥 정서는 여전히 보수색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미칠 파장이다. 거제는 경남에서도 손을 꼽을 만큼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 중 한 곳이다. 여당 입장에선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판단이다.
국민의힘 공천 여부와 민주당 내홍 상태도 변수다. 지역 사회에서는 최근 국민의힘 무공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재선거가 지난달 박종우 전 거제시장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치러지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월 “우리 당 귀책(형사처벌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궐이 이뤄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사퇴한 상황이라 당시 발언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측 역시 재선거 공천 여부와 관련해 아직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집안싸움도 심상찮다. 김성갑, 권순옥, 백순환, 옥영문 예비후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변광용 전 시장 불출마 약속 이행을 요구했다. 민선 7기 거제시장을 지낸 변 전 위원장은 직전 지방선거와 총선에 연거푸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모두 낙마했다. 앞선 총선 출마 때 향후 시장 재선거가 생겨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몇 차례 공언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당선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것이 총선 때 불철주야 헌신한 당원·지지자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제시선관위는 내년 3월 13‧14일 본 후보 등록에 이어 20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해 28‧29일 사전투표를 한다. 당선인 임기는 2026년 6월 30일까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