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친윤' 투톱 체제로 환골탈태 가능하겠나
비대위원장 후보로 권영세 의원 지명
국힘 살 길은 대통령·당 분리하는 것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4일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5선 권영세 의원을 지명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 8일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친윤계 인사가 당의 새 얼굴로 나선 것이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윤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이로써 국힘은 친윤계파의 장악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논리를 줄곧 옹호해 왔다. 비록 그가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지만 비대위원장에 지명돼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권 의원은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더욱이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대통령의 동문이며 같은 검사 출신이다. 국힘은 26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이어 30일 전국위원회 회의를 거쳐 권 의원의 비대위원장 취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새 비대위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 속에서 당을 재정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국민은 과연 국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국힘의 얼굴이 친윤계로 채워지는 것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국힘 안팎에서는 지난 16일 사퇴한 한동훈 전 대표의 뒤를 이을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탄핵 반대파인 친윤·중진 등 상대적 기득권층이 물망에 오르자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철수, 조경태 의원 등 탄핵 찬성파 의원들은 친윤계 및 탄핵 반대파 비대위원장 선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힘은 원내대표에 이어 비대위원장마저 친윤계가 차지함으로써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정당 이미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권 의원이 탄핵에 반대했음에도 비대위원장에 지명되는 것을 보면 국힘이 계엄을 옹호하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권 의원은 현 상황에서 당의 화합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화합인지 궁금하다. 특히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다수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며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친윤계의 두 수장 체제로 과연 환골탈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힘이 살 길은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것이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다. 진정으로 당이 쇄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친윤계의 독주를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만약 친윤계의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당은 더욱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당이 궤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