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덕수 대행, 공석 헌법재판관 3인 임명하는 게 순리
전례 있고 헌재·대법 등 '가능' 해석
국회 책임 떠넘기면 혼란 키울 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가 27일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헌재는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이 임기 종료로 결원된 6인 체제이지만 심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6인 체제를 정상이라 하기 어렵고, 규정상의 9인 체제로 복원하는 것이 탄핵 심판 결과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1명, 더불어민주당이 2명의 후보를 추천해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24일 보고서가 채택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권이 없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했고, 한 대행은 ‘여야 타협’을 요구하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국가원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권한대행은 임명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전례나 법조계의 판단과 배치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중 황교한 권한대행이 대법원 몫 재판관을 임명한 적이 있다. 헌재는 물론 대법원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모두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석한다. 헌법재판관 중 국회와 대법원 몫 각각 3명을 임명하는 것은 헌법기관의 현상을 유지하는 소극적 권한 행사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논리가 궁색해졌는데도 권한쟁의심판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신속한 헌재 심판을 바라는 국민 여론과 괴리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은 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을 미루는 논리로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 충돌”을 거론한 데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다. “여야가 타협안을 갖고 토론하고 협상”해 달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국회에서 가결돼 정부로 이송되면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한 대행이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은 책임 회피에 그치지 않는다. 헌법재판관 임명에 의지가 없거나, 시간을 끌어 탄핵 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권한대행까지 탄핵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만약의 불상사는 한 대행이 자초한 것이다.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어렵게 모양새를 갖춘 여야정협의체가 26일 출범한다. 12·3 계엄 선포 뒤 추락한 국가 신인도를 복구하고 국정이 안정을 찾아간다는 신뢰의 메시지를 내외에 발신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또 헌재가 정상 체제를 복원해 탄핵 심판이 합당하게 진행되는 것도 국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한 대행은 공석의 헌법재판관 3명을 지체없이 임명하는 게 순리다. 법률 해석에 부합되며 국민 여론이 지지하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측면에서도 마땅하다. 탄핵 심판은 정상화된 헌재에 맡기고 여야정협의체는 국정 안정에 전념해야 할 때다. 한 대행이 부작위나 정치권 떠넘기기로 일관한다면 국정 혼란을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