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 조성 ‘부산 업사이클센터’ 접근성 논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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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구, 암남동 산 89 일원 추진
67억 원 들여 2026년 준공 목표
교육·전시·판매 위해 입지 중요
유동인구 많은 곳 검토 필요성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서구청 건물 전경

부산 서구에 부울경 최초의 업사이클센터 조성 계획이 공개됐지만, 접근성이 취약한 산 중턱에 조성된다는 점이 알려지자 서구의회와 주민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온다.

부산시와 서구청은 서구 암남동 산 89 일원에 짓는 ‘부산 업사이클센터’(이하 업사이클센터) 건립사업의 기본·실시설계 용역 최종보고회를 최근 마치고 내년 1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업사이클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800㎡(약 240평)으로 조성된다. 시는 이곳에 업사이클 교육을 비롯해 관련 청년의 취·창업 지원 공간, 관련 업체 입주공간, 전시·판매장, 제작실 등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부지 매입비 22억 원, 센터 건립비 45억 원 등 총 사업비는 약 67억 원 규모다. 2026년 6월 준공이 목표다.

시 건설본부가 센터를 짓고, 운영과 관리는 향후 조례 제정을 거쳐 서구가 맡는다. 업사이클센터 연간 운영비로는 최소 3억 4000만 원 이상의 구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사이클센터 조성 위치가 공개되면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센터는 서구 관내인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에서도 버스와 도보로 40분 이상이 걸린다. 주민들은 ‘부울경 최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센터가 도심지와 동떨어진 외딴 산지에 생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구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은 “수산 창고와 공장이 즐비하고, 덤프트럭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에 아이들 교육과 체험장을 짓는다니 주변에선 다들 의아한 반응”이라며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에선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센터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업사이클 산업에는 도심지 접근성이 중요하다. 대부분 업사이클 매장과 사업체가 소규모 교육과 전시·판매 등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매출을 일으키려면 접근성이 확보된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업사이클 업체들 역시 물리적으로 위치가 고립돼 있으면 홍보, 연계 상권·유통망 확보 등 관련 산업 네트워크를 확충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이 발간한 ‘소비자정책동향’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약 40억 원이다. 관련 기업 수는 2021년 기준 745개다. 특히 대부분 기업이 직원 수 1~5인의 중소기업이거나 영세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업사이클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구의회 하명희 의원은 “부산시 업사이클 기업들의 중점이 될 업사이클센터가 접근성이 취약한 곳에 주민들 모르게 지어진다면 어느 누가 반발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환경 관련 제품을 구매하려면 소비자나 구민들이 오가기 편해야 하고, 유동인구와 접근성을 갖춘 위치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부산에서 빈집이 큰 사회적 이슈인만큼, 필요하다면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지의 빈집을 매입해 센터 조성을 추진하는 등 정책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사이클 산업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 창출도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2015년부터 시도별로 업사이클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폐기물에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새로운 소비재나 창작품으로 재생산하는 ‘자원순환 플랫폼’이 업사이클센터의 도입 취지다. 현재 서울·수도권 등 전국 11곳의 업사이클센터가 운영·조성 중이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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