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초고령사회 이후
고령화 지표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인데, 일본은 1994년 14%를 초과해 고령사회가 됐고, 2007년에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 이후에 나타난 현상은 우울한 것 일색이다. 그중 ‘하류 노인’은 노인 빈곤이 사회 문제가 되자 등장한 신조어다. 생활보호비(한국의 기초생활보장 급여)로 생계를 잇는 빈곤 고령층이 늘어나자 ‘노인 지옥’, ‘노인 파산’이라는 낯선 용어까지 흔해졌다. 2021년 기준 생활보호 수급자 중 65세 이상은 52.2%까지 늘었고, 증가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취약층인 고령자 저임금이 자녀 세대의 비정규직화와 맞물리는 사회 구조적인 영향도 크다. 중산층을 지향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 나이가 들면서 하류 인생으로 전락하는 계층 하향화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산업화에 앞섰고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경험했던지라 일본 사례는 남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국은 2017년에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가 됐고, 지난 23일 20%를 넘기면서 공식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일본에서 13년 걸린 ‘인구 비상 사태’를 한국은 불과 7년 만에 맞닥뜨린 것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만 늙는 게 아니다.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23.9%), 포르투갈(23.8%), 핀란드(23.2%), 그리스(22.8%)도 노인 증가로 사회적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20년 이상 걸리며 내성을 길렀지만 한국은 인구 노화마저 ‘압축 성장’하고 있는 게 뼈아픈 대목이다.
‘노인 국가’ 한국의 미래상은 암울하다. 삶의 질과 연관된 빈곤 지표가 특히 나쁘다. 통계청이 올해 내놓은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이하의 비중이니, 한국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층이라는 말이다. 이는 기초생활 수급자 중 65세 이상 비중이 지난해 41.3%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 노인 빈곤율이 최악인 것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통계청 예상 2025년보다 1년 일찍 도둑처럼 엄습했다. 노인 기준 상향과 정년·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논의도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허를 찔린 셈이다. 게다가 경각심은커녕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집단 무기력까지 감지된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노인 과반이 빈곤을 겪는 지속 불가능 사회로 직행한다. 일본식 ‘하류 노인’ 시대가 한국의 미래가 될까 두렵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