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 혼란 와중에 발생한 무안 여객기 추락 대참사
탑승자 181명 대부분 사망 추정
사고 수습·원인 규명 만전 기해야
일요일이던 29일 오전 끔찍한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우고 착륙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29일 오전 9시 3분께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대부분이 사망한 참사가 벌어졌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고, 잔해가 널브러진 모습은 사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말해준다. 사고 항공기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내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납득하기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항에서 최첨단 항공기가 착륙 과정에서 과연 저런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로는 여객기는 조류와 충돌하면서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로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하며 불길에 휩싸였다. 목격자들은 착륙 당시 새가 오른쪽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며 ‘펑’하며 불길이 치솟았다고 한다. 정부는 탑승자 수습과 함께 항공기 자체 결함, 조종사의 운전 미숙 및 규정 미준수, 공항 활주로 관제 시스템 및 무안국제공항의 구조적 안전 문제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하다.
특히, 사고 기종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운용 중이어서 연말연시를 앞둔 국민의 불안이 크다. 혹시라도 부족한 정비 인력과 조종사, 항공기로 비용 절감에 몰두한 저가항공사의 안전 불감증이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는 2002년 김해 돗대산 중국 항공기 추락 사고를 뛰어넘는 최대의 항공 참사이다. 이번 참사가 자칫 국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다. 정부는 항공기는 물론이고, 사회기반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는 등 안전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흐트러진 정국이 안전 관리·감독에 소홀한 빌미로 제공돼서는 결코 안 된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항공기 사고는 용납될 수 없다. 당국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안전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항공안전정책과 관리지침이 제대로 준수되는지도 엄격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모든 항공사의 안전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정부는 특히, 부상자 수습과 실종자 수색, 원인 규명과 후속 대책 과정에서 ‘항공 안전 강국 대한민국’이란 국격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다시 한번 사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