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30년 후 인류 멸망
2024년은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은 물론이고 우리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든 한 해였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는 AI로 도배됐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를 선언했고 인텔은 ‘모든 곳에 AI’를 캐치프레이즈로 AI가 우리 삶을 지배할 것이라 예고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노벨상도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AI 연구자들에게 안기며 AI 천하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도 격화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X에 ‘한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는 글을 인공위성에서 찍은 한반도 밤 사진과 함께 올리며 AI 개발을 자유롭게 허용하면 한국처럼 문명이 찬란하게 꽃피고, 통제하면 북한처럼 미개한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I 예찬론자들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AI 폭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전 세계 과학자 1000명이 강력한 AI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AI가 인류에게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 생태계는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머지않아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공상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 3원칙’을 발표한 게 1942년이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제 인류가 AI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AI가 인간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AI에게 기후변화를 막도록 지시했더니 목적 달성을 위해 인간을 배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그런 경우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며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최근 영국 BBC 인터뷰에서 ‘AI가 30년 안에 인류를 멸망시킬 가능성이 10~20%’라고 경고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강력한 AI가 향후 20년 내 실현되고 인간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강력한 AI 시스템과 비교하면 인간은 세 살짜리 아이와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가 초래할 디스토피아를 막을 시간이 인간에게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