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노동시간 단축까지… 중소기업은 ‘속수무책’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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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리스크 관리 안해” 49.3%
결제일 변경 등 대응책 미비
내년 주52시간제 적용도 부담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5p 내린 2,429.67,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4.47p(0.66%) 내린 675.64로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8.4원 오른 1,464.8원(주간거래 종가)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5p 내린 2,429.67,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4.47p(0.66%) 내린 675.64로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8.4원 오른 1,464.8원(주간거래 종가)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연초 13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00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중소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환율 예측과 대응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당장 내년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두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산업계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환리스크(위험)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8월 수출 중소기업 304개 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특히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판매는 내수에 집중해 온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 급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에어컨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원자재 70%가 수입이어서 환율 100원 오르면 연간 100억 원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한시바삐 정국이 안정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 의류업체 측은 “1년 사이에 환율이 이렇게 오를지 몰랐다. 연초 계획보다 거의 10% 넘게 손해”라고 털어놨다.

‘K-뷰티’로 수출에 날개를 단 화장품 업계도 원재료 수입에 따른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수출 증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에 따른 손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더라도 선물, 보험 등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상품 활용을 통한 전략적인 대응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대체로 단가 조정이나 원가절감, 대금결제일 조정 등 간접적인 대응에 나서는 데 그쳐 환율이 급변하면 고스란히 환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거나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즉각적으로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중소기업들이 당장 겪는 손해를 넘어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소기업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주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중소기업계는 30인 미만 사업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주52시간제 적용이 무리가 있다며 이달 말까지인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입장이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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