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산업 발전 아우르는 ‘녹색 거버넌스’ 절실[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녹색활동 판단·관리 주체 제각각
부처 통합 컨트롤타워 필요 지적
녹색금융의 내실화, 탄소중립의 활성화 등에 대한 논의는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여러 기관이 협업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이어 협업을 유도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녹색 거버넌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구조적 복합성 갖춘 녹색 문제
녹색채권을 포함해 녹색금융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녹색경제활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환경부에서 제정했으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공시와 관리·감독을 담당한다.
관련 주체들이 흩어져 있고 기관 성격도 달라,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쉽지 않은 구조이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이다. 기관마다 이해 관계가 있고 안건에 대한 입장이 달라,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느리다.
대표적인 예가 ‘녹색분류체계 기반 기업 공시’ 도입이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기준에 맞춘 기업 공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진척 없이 관련 계획만 계속 지연돼, 우려를 사고 있다.
녹색채권을 활용하는 문제도 금융을 넘어 산업 전환과 맞물려 있다. 분야별 산업 성장 가능성에 따라 녹색채권 활용도도 달라진다. 금융기관은 물론 산업계도 녹색채권 문제 해결의 주체인 셈이다. 녹색채권 외 다른 탄소중립 과제들도 정부 내 모두 부처가 직간접적이 연관이 있다. 각 분야를 아우르는 로드맵에 따라 업무와 역할을 분담하며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거버넌스 문제가 반복해서 지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 박남영 금융팀 책임연구원은 “녹색금융 실행은 단일 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적 복합성이 있어, 부처 간 협력이 부족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국내 녹색금융도) 정책 간 연계성이 부족한 상황으로, 통합적인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금융기관들이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이지 않는 ‘녹색 거버넌스’
‘녹색 거버넌스’ 역할을 맡은 기구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다. 2021년 설립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정부 부처 모든 장관과 주요 기관장 외에도 학계·산업계 대표 등 30여 명 이상의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구이다. 탄소중립, 녹색금융의 방향성을 그리는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탄녹위 성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지난 10월 녹색연합은 탄녹위 회의 및 운영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년간 탄녹위 전문위원회 중 에너지기업전문위는 한 차례도 회의가 없었다. 폐기물전문위는 지난해 1월과 2월 각각 1차례씩 2회 회의만 열렸다. 에너지전환전문위도 지난해 1~3월 4차례 회의를 연 뒤 문을 닫았다.
전체위원회도 2년간 10회 개최해 안건 22개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4차례는 서면회의다. 전체위원회에는 장관을 포함해 기관 부서장이 참여하는데, 참석률이 절반 정도였다. 녹색금융과 관련 깊은 금융위원회위원장은 3차례만 참석했다.
녹색연합 등은 그사이 의결된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여러 안건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의결된 가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변경에 따른 배출허용총량 조정방안은 무게감 있는 주요 안건이었지만, 토론 없이 서면회의로 처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기후위기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지난 9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인 조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 기본법의 의의’라는 탄녹위 내부 칼럼을 통해 “각 부처의 장관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 부처의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통합적인 거버넌스가 없으면 사회 구성원의 총의에 기반한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 데이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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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