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제조업 내년 1분기 경기전망, 코로나19 팬데믹 수준 내려앉았다
부산상의 제조업체 251곳 대상 BSI 조사
66 그쳐 2020년 3분기 이후 최저치 기록
전기·전자 제외 모든 업종 기준치 하회
조사기업 62.9% “올 영업이익 목표 미달”
51.4% “내년 1분기 경기 더 악화” 전망
지역 제조업의 내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가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내외 정치적 리스크에 환율 급등, 내수부진 등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 전망까지 어두워 경기 부양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제조업 2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1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BSI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 제조업의 내년 1분기 BSI는 66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역 경기가 얼어붙었던 2020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수출기업의 BSI도 80에 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와 원가 인상분 반영의 어려움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부문별로 보면 매출(75), 영업이익(73), 설비투자(79), 자금사정(75) 등 전 부문에서 기준치(100)을 하회했다. 업종별로도 마찬가지다. 의복·모피(47), 자동차·부품(52), 섬유(60), 신발(60), 조선기자재(83), 화학·고무(88) 등 전기·전자(100)를 제외한 전 업종이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4분기 제조업 경기실적지수가 전분기에 비해 16포인트 급감한 70을 기록하면서 1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조사 기업 10곳 중 6곳(62.9%)은 올해 목표 영업이익 미달을 전망했다. 이는 전년보다 17.1%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주원인으로 내수부진 장기화(68.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원자재가격 상승(19.6%), 수출부진(11.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 조선사 경기 호조로 실적 호전 기대감을 높인 조선기자재업 역시 원자재가격 사승과 구인난 등으로 실적 미달을 전망했다. 조사기업의 절반 가까이(47.9%)는 투자실적 미달을 전망했으며, 영업실적 악화(52.5%), 경기둔화 우려(29.2%), 투자비용 증가(16.7%) 등을 주요 투자실적 미달 요인으로 꼽았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1.4%)은 내년 1분기 경기가 지난 4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전분기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 업체는 31.1%로, 전분기(55.2%)보다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내년 내수판매와 수출 역시 각각 49.4%, 4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침체 장기화로 인해 경영 환경이 악화됐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인한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지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가장 큰 대내 리스크 요인으로는 물가변동성 확대(36.7%)가,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트럼프 2기 통상정책(30.1%)이 꼽혔다. 이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부진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전망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초반인 데 반해 지역기업 10곳 중 6곳(60.6%)은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환율변동성 확대 등으로 지역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역 기업의 78.9%은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내수 침체 심화와 환율 급등은 지역 기업들의 채산성 확보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과 외환당국의 조속한 환율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