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포영장 발부된 尹, 수사 응해 혼란 키우지 말아야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강제 수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진상 밝히길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참담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서울서부지법은 공조수사본부(공수처·경찰·국방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청구한 체포영장을 33시간 만에 발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하고 출석 요구서 수령도 거부하자 강제로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반헌법적 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다 강제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이제 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자진 출두냐, 강제로 체포되느냐 두 가지밖에 없다. 혹시라도 강제로 구인당하는 모습을 통해 극우 세력을 자극해 여론의 반전을 꾀하려 한다면 이미 훼손된 국가의 품격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대통령 경호처와 지지자들이 가로막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 것이다. 이 경우 경호처는 내란 동조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길 바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호처장에게 강제 구인에 협조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자진 출두해 수사에 응하는 게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라고 31일 밝혔다. 수사 회피와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민을 모독하고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다.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등 군 최고 수뇌부, 경찰청장 등 계엄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됐다. 윤 대통령은 법적 절차를 회피하기보다는 비상계엄 당시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계엄을 두 번, 세 번 할 수 있다”라고 지시한 사실부터 국민 앞에 낱낱이 해명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임하겠다”라고 공언한 만큼,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는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헌법과 국회를 무시하고, 주권자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의 혼란스러움이 국가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관저에 숨어 구차하게 책임을 모면할 궁리로 시간만 끌면 국가 위상 추락과 국정 혼란만 부채질하게 된다. 국가 지도자답게 수사와 탄핵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공조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를 서둘러 이번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로 사건의 진상을 국민 앞에 신속하게 밝히는 것이 하루빨리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