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도 괜찮은 걸까요… 성수기 불구 불안감 확산
제주항공 예약 취소 사태… 여행사 문의도 봇물
에어부산은 예약률 변화 없어 긴장 속 예의주시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사로 해외여행을 취소를 문의하거나 기종 등을 묻는 연락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부모님을 모시고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떠날 예정이던 박 모(45) 씨는 여객기 참사 이후 여행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어린 자녀들과 부모님까지 3대가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들떠있었지만, 참사 이후 불안감에 여행을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박 씨는 “여객기 사고로 일가족이 희생됐다는 기사를 보는데 어쩌면 나의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면서“사고 원인이 아직 불분명한 만큼 해외여행 계획은 당분간 미뤄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국민이 여객기 참사 장면을 지켜보면서 비행기 탑승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지난달 30일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 동일 기종(B737-800)에서 이륙 직후 랜딩 기어 이상이 발견돼 회항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1시까지 국내선·국제선 항공권 취소 건수는 6만 8000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제주항공은 개별 여행객 대상으로 지난 29일 이내 구매한 모든 항공권에 한해 무료 취소한다고 안내한 바 있다.에어부산의 경우 참사 전과 비교해 예약률의 변동은 크게 없는 상황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부산관광협회에 따르면 부산 지역 여행사에도 취소 문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 출발 예정이던 여행 상품 예약을 취소하거나, 여행 일자를 변경하는 문의들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기 기종을 묻거나 이를 변경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의도 계속되는 상황이다.하나투어 대리점인 (주)게스트하우스 여행사 이선철 대표는 “30일 오전부터 예약된 상품의 기종이 뭔지, 항공사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제주항공 예약자뿐 아니라 다른 LCC(저비용 항공사) 이용자 분들도 비행기 탑승 자체가 무섭다며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왔다. 대형 여행사들은 제주항공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 항공권 취소, 변경 수수료 면제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특히 김해공항을 비롯해 지역 공항은 대부분 LCC 위주로 노선이 운영되다 보니 당분간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참사 여파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아웃바운드 수요뿐 아니라, 해외에서 국내로 여행을 오는 인바운드 수요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언론에서도 이번 참사를 주요한 이슈로 다루면서 공항 이용에 대한 불안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는 지난달 초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연말에 닥친 여객기 참사 여파로 인해 한동안 여행 심리가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겨울방학과 연말연시를 맞아 여행업계가 가장 바쁜 시기인데 가슴 아픈 참사가 일어나 한동안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