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업계도 ‘수도권 일극’ 체제… 부산 거친 작품 12년 만에 최저
작년 부산 촬영지원작 74편
2023년 118편에 비해 급감
투자 위축이 지역 업계 영향
지난해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원한 촬영 지원작은 총 74편으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영상업계의 불황으로 지역 로케이션 촬영 수요가 줄면서, 영상업계에도 지역 격차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5일 부산영상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영상위가 촬영 지원한 영화‧영상물은 총 74편(장편영화 17편, 영상물 57편)으로, 2023년 지원작 편수인 118편(장편영화 19편, 영상물 99편)과 비교해 37.29% 감소했다. 이는 2012년(총 61편)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다.
지원작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영화·영상 콘텐츠 산업의 위기다. 최근 대형 투자 배급사의 투자 축소로 국내 영화업계의 신작 제작은 1년에 10~20편 내외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약 60편의 작품이 제작되던 것과 비교하면 큰 감소세다. 드라마와 OTT콘텐츠의 경우에도 급격한 제작비 상승과 수익 악화로 제작 편수가 급감했다. 촬영 지원 작품 수 감소는 촬영 일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체 촬영 일수는 총 594일로, 2023년 728일 대비 18.41%가량 감소했다.
영화, 드라마의 제작비 상승은 지역 로케이션 촬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가 수도권에 밀집된 탓에 대규모 인원이 이동해야 하는 지역 촬영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짧고 속도감 있는 콘텐츠가 많이 등장함에 따라 작품의 회차가 줄어든 것도 촬영 일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대여 일수도 덩달아 감소했다. 지난해 스튜디오 대여 일수는 총 315일(5개 작품)로, 2023년 694일(6개 작품)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스튜디오의 대여율이 90%대를 기록하는 등 매년 ‘포화’ 상태였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부산영상위원회 측은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들이 신규 스튜디오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부산 촬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해외 작품을 적극 유치하는 방향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해외 작품 수는 총 8편으로, 2023년 9편에 이어 좋은 성과를 보였다. 총 3편을 기록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부산에서의 해외 작품 촬영이 크게 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버터플라이’, 일본 TBS 드라마 ‘환승열차’, 말레이시아 ASTRO 예능방송 ‘바팍바팍 시즌3’ 등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을 거쳐 간 촬영 지원작들의 흥행 성적이 좋다는 점에서 ‘부산 작품’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극장 개봉작으로는 ‘소풍’ ‘파묘’ ‘핸썸가이즈’ ‘행복의 나라’ 등이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OTT 작품으로는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친코 시즌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등이, 드라마로는 tvN 드라마 ‘정년이’, SBS 드라마 ‘열혈사제 2’ 등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송혜교 주연의 영화 ‘검은 수녀들’ 등 부산을 거쳐 간 주요 기대작들이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영상위원회 강성규 운영위원장은 “올해는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투자 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되며 시장은 정체되고 제작 환경은 더욱 척박해졌다”며 “지금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기에 이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부산만의 차별화된 촬영 유치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부산 로케이션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유치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