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질병·사망 관련 단백질 수치에 영향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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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 연구 논문
심혈관 질환·당뇨 등과 연관

사회적인 고립과 외로움이 질병이나 사망과 관련된 특정 혈액 단백질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인 고립과 외로움이 질병이나 사망과 관련된 특정 혈액 단백질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인 고립과 외로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세계적인 보건 위협 요인 중 하나다. 외로움이 건강을 해치는 메커니즘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 단백질을 지목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바바라 사하키안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서 외로움이 다양한 질병이나 사망과 관련된 단백질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4만 2000여 명의 데이터 가운데 스스로 사회적 고립(9.3%) 또는 외로움(6.4%)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혈액 단백질 수치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나이, 성별, 교육 수준, 흡연, 음주 등의 요인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고립과 단백질 175종, 외로움과 단백질 26종이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중 대부분은 중복됐다.

해당 단백질은 대부분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을 보고한 사람들에게서 수치가 더 높았고, 염증, 항바이러스 반응, 면역 체계와 연관이 있었다.

14년 동안 참가자들의 건강을 추적 조사했을 때 이들 단백질의 약 90%가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 50%는 심혈관 질환, 2형 당뇨병, 뇌졸중과 관련이 있었다.

높은 단백질 수치와 외로움 간의 인과관계를 살펴본 결과 어떤 단백질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유발하지 않은 반면 외로움은 다섯 가지 단백질 수치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 단백질은 모두 수많은 염증과 대사 마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 다섯 가지 단백질은 외로움과 심혈관 질환, 뇌졸중, 사망률과 부분적으로 연관이 있다. 또, 이들 중 네 가지는 감정적, 사회적 과정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부피와 관련이 있다.

연구의 제1저자인 중국 푸단대 춘셴 박사는 “외로움이 해당 단백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지만 유의미하다”면서 “예를 들어 ADM이라는 단백질의 수치는 외로움과 네 가지 질병 및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평균적으로 약 7.5%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사회적 고립, 외로움과 관련된 혈액 단백질에 대한 최초의 연구로, 혈액 단백질이 사회적 관계와 질병, 사망률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효과적인 예방과 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헬싱키대 마르코 엘로바이니오 교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이번 연구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수많은 신체 건강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단, 그는 과도한 음주나 낮은 신체활동처럼 스트레스와 관련된 행동이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 더 큰 요인일 수 있고, 연구에서 지적된 일부 단백질 수치 변화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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