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 관광·마이스, '안전 마케팅' 절실
김윤경 영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비상계엄, 부산 관광·마이스 초비상
단체 여행·회의·호텔 예약 등 줄취소
‘여행하기 안전한 부산’ 마케팅 절실
오사카박람회 참가자 프로그램 구축
지방 스스로 ‘로컬 관광’ 주도해야
관광 플랫폼 통해 희망 불씨 살려야
소한이 지났다. 절기상으로 소한이라고는 하지만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한의 추위는 우리나라에서 알아준다. 이에 못지않게 2025년 새해를 맞이한 대한민국과 우리 부산도 꽁꽁 얼어붙는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과 시민들의 시위로 나라의 수장 자리는 공석이 되었다.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내란죄 동조로 탄핵을 당하고, 이에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여느 때 같으면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로 한껏 부풀어 있을 시기인데 나라가 온통 움츠러든 상황이다.
부산의 관광업계도 단체 여행객의 부산 방문 여행 일정과 호텔 객실 예약, 정부 기관의 회의 관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관광업계가 참사를 겪게 될 참이다. 겨울 비수기인 부산의 관광시장을 지탱하던 컨벤션 관련 행사 참가자가 현저히 줄면서 관련 업계는 팬데믹 시대의 공포까지 떠올릴 정도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 국무조정실을 통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 관광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 한국을 찾는 관광이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업계로서는 정부의 대책 발표가 정말로 반가웠다. 하지만 당장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 연일 지속되는 시위와 탄핵, 수사 정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민국이 ‘전시 국가’ ‘위험한 나라’로 인식될 수밖에 없게 한다. 한국을 방문 목적지로 삼았던 방문 예정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산은 여행하기에 안전한 도시임을 주변 국가와 단체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도시 생존을 위해 도시 스스로의 마케팅을 펼쳐야 할 때이다. SNS를 최대한 활용하고, 부산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통해 부산의 평온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글로벌 허브도시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영어 상용도시 프로젝트’를 활용해서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급선무이다.
어떠한 상황에도 입국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활용한 마케팅도 시도할 만하다. 이미 대학으로 유입된 많은 유학생을 통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부산에 머물면서 안전하게 한국을 즐기는 것, 돌아다니는 미식 추구형 관광을 통해 현장에서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고, SNS에 공유하는 등 MZ세대 특유의 관광 욕구를 끌어 올려 기업시장과 공공 여행시장까지 확산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지방으로 뿌려진 형태의 관광마케팅이 중심이었다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지방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로컬 관광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 체험부터 장기 연수까지 외국인 교육시장을 활짝 열고, K-마크를 달고 고향으로 돌아가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을 유입시켜야 한다.
중앙정부는 관광 예산 70%를 상반기에 집행해 관광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시범 시행 검토 및 여행 캠페인의 조기 시행과 집중 지원, 내국인 도시 민박 도입과 일상 체험형 관광상품 개발, 네이버 등의 민간 협력을 통한 예약 결제 서비스 개선 등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에 대응해 부산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외국인 전문 플랫폼을 발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도시 관광마케팅의 기본 인프라인 온라인 예약 및 결제를 중심으로 부산만의 관광상품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생성형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 올해 일본에서 열리는 오사카세계박람회 참가자들을 겨냥하여 오사카와 직항이 마련되어 있는 부산이 '경유지 관광 프로그램'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하나의 온라인 전문 플랫폼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Be Busan(비부산)’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자. 가장 부산다운 것,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 부산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발굴해서 부산을 세계에 알려보자. 관광 관련 스타트업을 디지털화해 발 빠른 회복을 돕고, 마이스 업계도 오지 않는 방문자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비상 상황을 역이용해 관광과 마이스업계에 자력갱생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한류와 더불어 부산은 커피 여행, 장애인 여행, 맛집 투어 등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 지레 겁먹지 말고, 오히려 이 불씨가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부산시가 판을 깔아줘야 한다. 2025년 부산은 절실한 도시마케팅을 통해서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