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 노래한 동시집 나왔다
정갑숙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신라의 마술 피리> 출간
동요로 제작, 무대 오르기도
신라의 수도였던 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동시집 <신라의 마술 피리>(청개구리)가 출간됐다. 1998년 <아동문예> 신인상,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해 문단 활동을 시작한 정갑숙 시인이 낸 여덟 번째 동시집이다. 오늘의 동시문학상, 부산아동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신라 인공 연못/월지는 바다 같다//문무왕은 왜/연못을 바다처럼 만들었을까?//금관가야 대가야는 강물/신라는 바다//금관가야 강물 신라 바다로 흘러오고/대가야 강물 신라 바다로 흘러오고//백제와 고구려는 강물/통일신라는 바다//백제 강물 신라 바다로 흘러오고/고구려 강물 신라 바다로 흘러오고//강물이 바다로 합류하듯이/삼국이 통일신라로 합류한다//삼국은 강물/통일신라는 바다//강물이 바다로 흘러들듯이/삼국이 통일신라로 흘러든다//그래서/문무대왕은 월지를/바다처럼 만들었을까.’ ‘월지의 비밀’이란 동시 전문이다.
이 시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역사를 작은 강물이 서로 합쳐지고 결국 바다로 흘러가 합류하는 자연의 이치에 비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또한 문무왕이 월지를 조성한 비밀을 재미있게 탐색하는 방식으로 문무왕의 통일에 대한 깊은 의지도 이해시킨다. 동시 작품 ‘신라의 마술 피리’는 동요로도 만들어져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창작국악동요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정 시인이 2015년에 낸 <금관의 수수께끼>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동시집이자, 시로 읽는 문화재 해설서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다시 10년 만에 경주를 끌고 나온 이유가 궁금해진다.
정 시인은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어린 시절 제 별명을 ‘경주 옥돌’이라고 지어 주셨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대학도 신라대 국사교육과를 나왔다. 등단하고 모교를 찾아가니 은사께서 우리 역사를 동시로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알 수 없는 사명감 같은 게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년 과정의 경주박물관 대학을 마친 이유도 그래서였다. 역사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동시로 쓴다는 게 참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진짜 제대로 된 역사 동시를 써 보겠다”라고 다짐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