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집회로 본 한국인의 한과 흥
지난해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은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론이 또 분열됐다. 이로 인해 같은 달 14일 헌정사상 세 번째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했다. 국민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와서 2017년을 연상시키는 촛불집회와 유사한 형태의 집회 시위 문화를 보여줬다.
필자는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목격했는데 우리 고유한 내면 정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됐다. 고유한 내면 정서는 ‘한(恨)’과 ‘흥(興)’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한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기에 슬픔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이는 도전의 문화로 표출되기도 한다. 국민들이 리더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납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각자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이 도전의 문화가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진다. 성공하게 되면 신명이 나서 박차를 가하게 되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비애를 느끼면 한을 마음속에 가지게 된다.
시민들은 집회를 통해 각자의 한을 표출한다. 집회 마무리 단계에서는 한바탕 축제의 장을 펼친다. 참가한 시민들은 대중가요에 몸을 맡기고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시민들 각자가 한과 흥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한과 흥은 서로 대조적인 감정이다.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서 이 두 감정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흥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한을 통해 감정을 깊이 표현하는 것이 우리 한국인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임성희·부산 해운대구 우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