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멸종위기종' 지정 가능성에 업계 '전전긍긍'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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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ES, 연말 등재 여부 결정
장어협회, 해수부에 대책 요청
치어 수입해 양식 뒤 판매 구조
위기종, 국제 거래 사실상 단절

지난 2022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CITES 제19차 당사국총회. CITES 제공 지난 2022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CITES 제19차 당사국총회. CITES 제공

국내에서 높은 영양과 별미로 사랑받는 민물장어(뱀장어)가 국제 멸종위기종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등재가 이뤄지면 수급 불안정으로 장어 가격이 폭등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뱀장어의 치어는 국내에서 양식이 불가능해 사실상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이하 민물장어협회)는 지난달 말 해양수산부에 “극동산(자포니카) 뱀장어의 국제 멸종위기종 등재에 대응할 전담 조직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민물장어는 대부분 극동산 뱀장어다. 한 양식업 관계자는 “극동산 뱀장어가 국제 멸종위기종에 등재되면 치어인 실뱀장어 수입이 매우 까다로워져 양식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업계가 고사하는 것은 물론, 수급 불안정으로 국내 민물장어 가격도 크게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 민물장어 양식장이 실뱀장어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민물장어협회에 따르면 국내 양식에 필요한 실뱀장어는 연간 약 15만t이다. 이 중 국내에서 잡은 실뱀장어는 2만t 정도다. 나머지는 중국 등 해외에서 가져온다. 즉, 치어를 데려와 양식장에서 성체로 키우는 ‘불완전 양식’이다. 극동산 뱀장어가 멸종위기종에 등재돼 국제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 양식 생산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실뱀장어 양식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극동산 뱀장어의 국제 멸종위기종 등재 논의는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일명 사이트스(CITES)는 전 세계 뱀장어 자원량 감소 우려에 따라 뱀장어 종 전체를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유럽산 뱀장어는 이미 2007년에 등재됐다. 이르면 올해 말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제20차 당사국총회에서 극동산 뱀장어의 등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해 ‘뱀장어 CITES 등재 대비 양식산업 대책마련 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하기도 했다.

뱀장어를 주로 소비하는 국가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 한정된다는 사실도 불리한 점이다. CITES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84개국이 참여한다. 뱀장어의 자원량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당 종의 생존을 위해 다른 국가들의 등재 동의가 이어지면 이를 쉽사리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CITES는 멸종위기종을 부속서 1~3단계로 분류해 국제 거래를 규제한다. 이중 극동산 뱀장어는 2단계에 등재돼 수출입 허가제 등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등재가 이뤄지면 내수면 어업 전체로 피해가 번질 전망이다. 2023년 기준 뱀장어 양식산업의 규모는 5045억 원으로, 내수면 어업 전체 생산 금액(6846억 원)의 74%를 차지한다. 내수면 어업은 강, 호수 등 민물에서 이루어지는 어업 활동을 포괄한다.

민물장어협회는 전담 조직 신설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CITES 유보제도 활용 △실뱀장어 어획량 보고제 △국제 공동자원 평가 △입식량 쿼터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민물장어협회 관계자는 “CITES 등재를 막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내수면 산업 지원책 마련과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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