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축제의 도시 진주, 최첨단 유등 제작 도시 탈바꿈한다
중국 기술자에 단순한 제작 형태
유등 제작,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
문화도시 선정…유등 공방 양성
중국 기술자들에 의해 수십 년 동안 단조로운 형태로 만들어졌던 경남 진주시 대표 문화콘텐츠 ‘유등’이 문화도시 선정을 계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8일 진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지방비 포함 2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한다.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도시다.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지역의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진주시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유등의 산업화’다. 매년 10월 열리는 진주 남강유등축제에 사용하는 유등은 축제 주관 단체인 진주문화예술재단이 축제 기간에 맞춰 3월부터 9월까지 제작한다. 민간기업 참여율은 ‘0’에 가깝다.
제작 형태는 단순하다. 전등 위에 철 구조물로 뼈대를 세운 뒤 바깥에 천을 붙이고 색을 입히는데, 10월 축제 기간 전시되는 수만 개의 유등 대다수가 이러한 형식을 따른다. 재단이 형태를 구상하면 기술자들이 유등을 제작하는데, 민간 아이디어가 접목되지 않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유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등조차 최근에야 LED가 사용됐을 정도다.
제작 기술자도 대부분 중국인이다. 국내에는 유등 제작 기업이나 개인이 거의 없다. 반면 중국에는 전문 기술자가 많고 인건비도 비교적 저렴하다. 실제 유등축제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중국인들이 진주를 찾아 만들고 있는데 디자이너가 아닌 단순 기술자들만 부르다 보니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유등축제가 가진 딜레마도 있다. 해마다 유등을 교체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예산과 준비기간에 한계가 있다 보니 전체 유등 60~70%를 지난해 것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충당하고 있다.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유등 제작 관계자는 “2000년도 유등축제 첫 개최 이전 개천예술제 시절부터 유등은 큰 변화 없이 현재 형태를 유지해 왔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유등 관련 업체가 많아서 유등이 다채롭게 생산된다. 천이 아닌 다른 섬유나 심지어 유리나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도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동참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문화도시 선정으로 이 같은 유등 제작 환경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유등을 제작하는 공방이나 단체의 창업을 지원해 중국인 기술자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기술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소규모 공방들이 연중 특색 있고 질 좋은 유등을 제작, 유등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는 유등 디자인 등을 연구할 민관 협업 콘트롤타워를 구축해 이들 공방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공방들은 유등을 기업이나 지역, 다른 나라에 팔거나 소규모 유등을 제작해 민간에 팔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진주시는 유등을 전시하는 도시에서 유등을 산업화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셈이다.
더욱이 진주시는 현재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예술 창의도시로 지정돼 있는데, 민속예술에 비해 공예 분야의 규모나 자생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유등을 주제로 한 공방이 많아지고 산업화를 이루면 창의도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주시 관계자는 “유등의 도시지만 실제 유등의 산업화까지 이루지는 못했다. 예전부터 유등 관련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풍부한 문화예술자원이 만들어지면 더욱 매력적인 문화산업 성장을 이끌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