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제도권 진입 한 발짝…법인, 가상자산 거래 가능해진다
금융위,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
법인 실명계좌 단계적 허용 검토
현물 ETF 허용은 “이르다” 부정적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인 업계 숙원인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여부’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가상자산위원회(이하 가상자산위)는 법인의 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실명 인증을 마친 계좌만 가상자산을 투자할 수 있다. 현행법상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지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도록 권고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위는 이달 중순 출범 이후 두 번째이자, 올해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해당 회의에서 금융위는 가상자산위를 통해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인 허용 관련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이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등에 대한 규제가 담긴 ‘가상자산 2단계 법’도 추진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특금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를 도입하고, 심사 요건에 사회적 신용 요건도 추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밈 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자산) 등에 대한 심사 기준을 보완하는 등 자율규제를 개선하고, 첨단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등 불공정행위 조사도 고도화한다.
금융위 권대영 사무처장은 지난 7일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상장 기준을 어떻게 만들지,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할지, 가상자산거래소의 행위 규칙을 어떻게 만들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시장의 세계 규제와의 정합성을 맞춰 가겠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업계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된다면, 시장 규모는 현재보다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만 가능한 가상자산시장에 법인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 거래량으로는 1위 국가로 꼽히지만, 세계 시장에선 3위다. 전 세계 1위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제공 중인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유입되는 간접투자 형태 자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은 연초 증시 개장식에서 “가상자산 ETF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ETF 등 디지털 자산시장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권 사무처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은) 많이 앞서나간 것 같다”며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있다는 것을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가상자산위를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