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필수템 헤드폰, ‘가성비’부터 ‘하이파이’까지 들어 보니…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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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최강 이어펀 ‘웨이브 프로’
무난한 밸런스와 편안한 착용감 장점
B&W 특유의 저음 살린 ‘PX7 S2’
뛰어난 해상도로 사운드 차별화 성공
무선 끝판왕 T+A ‘솔리테어 T’
남다른 선예도와 완벽한 밸런스 돋봬

부산 연제구 청음숍 ‘브릴리안트’에서 블루투스 헤드폰 3종을 비교해 들어 봤다. 왼쪽부터 이어펀의 ‘웨이브 프로’ T+A의 ‘솔리테어 T’ B&W의 ‘PX7 S2’.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부산 연제구 청음숍 ‘브릴리안트’에서 블루투스 헤드폰 3종을 비교해 들어 봤다. 왼쪽부터 이어펀의 ‘웨이브 프로’ T+A의 ‘솔리테어 T’ B&W의 ‘PX7 S2’.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는 추위가 마냥 싫지는 않다. 헤드폰을 마음껏 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의 한계를 뛰어넘는 음질을 즐기면서 보온까지 되는 헤드폰은 ‘겨울 필수템’이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는 이어폰과 헤드폰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매장인 ‘브릴리안트’가 있다. 아직 매장을 꾸미는 중이라 전시된 제품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고급 유선 헤드폰과 스피커, 각종 DAC와 DAP 등 음향기기들을 마주하니 마니아 입장에선 굉장히 반갑다. 부산 유일의 청음숍 자리를 지키던 장전동 ‘더사운드랩’과의 차별화를 꿈꾸는 이곳에서 겨울철 야외에서도 쓰기 편한 블루투스 헤드폰 3종을 직접 들어 봤다.

부산 연제구 청음숍 ‘브릴리안트’.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부산 연제구 청음숍 ‘브릴리안트’.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

■10만 원이면 충분… 이어펀의 ‘웨이브 프로’

직원이 추천한 헤드폰 중 가성비가 가장 좋아 보였던 것은 이어펀(earfun)의 ‘웨이브 프로’다. 귀여운 외관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9만 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소리는 나쁘지 않다.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삽입곡인 ‘섈로’(Shallow)에서 도입부 기타 소리와 브래들리 쿠퍼의 보컬 사운드가 나름 선명하게 들린다.

물론 소름 돋을 정도로 해상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고역에선 예리함이 떨어져 레이디 가가의 샤우팅과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가 약간은 탁하게 들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음색이 부드럽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듣기 편안하다. 저역에서도 양감이 부족하긴 하지만 과도하게 웅웅거리는 부밍 현상도 없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실력파 밴드 블랙 퓨마스의 명곡 ‘컬러스’(Colors)도 들어 봤다. 역시 베이스 연주에서 저음 표현력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보컬은 비교적 또렷하게 들리고 전반적인 균형이 좋다.

웨이브 프로는 본격 음악 감상용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야외에서 팝송을 듣고 다니기엔 제격이다. 최대 80시간 재생을 지원하는 배터리, 268g의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 훌륭한 노이즈캔슬링 성능, LDAC 등 고음질 코덱과 유선 연결 지원 덕에 언제 어디서든 막 쓰기 좋은 가성비 헤드폰으로는 이만한 제품이 없겠다.

■조금 더 여유 있다면… B&W ‘PX7 S2’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헤드폰 브랜드의 8할은 소니와 마샬인 듯하다. 소니 블루투스 제품들은 보통 30만~50만 원에 달하는데 헤드폰에 이 정도 돈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투자하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인 바워스 앤 윌킨스(B&W) 헤드폰인 ‘PX 시리즈’는 마니아라면 다들 알 만한 제품이다. 제일 최신 기종인 PX8은 최저가가 70만 원 중반대로 다소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먼저 출시된 PX7 S2는 60만 원 초반대다.

PX7 S2의 장점은 풍부하면서도 단단한 저음과 우수한 해상력이다. ‘섈로’를 다시 들어 보니 브래들리 쿠퍼의 목소리에 저음이 살아나면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훨씬 매력적으로 들린다. 레이디 가가가 내지르는 고음과 피아노, 기타 소리도 선명하다. ‘컬러스’에선 베이스 연주 소리가 촉촉해졌고, 밋밋하던 스네어 드럼과 하이햇, 마라카스 등 타악기 소리도 뚜렷해졌다. 고역대 표현에선 한계가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하이파이 헤드폰 입문용으론 충분히 좋은 제품이다. LDAC 연결은 지원하지 않지만 aptx HD, aptx Adaptive 등 고음질 코덱을 지원한다. 다만 이들 코덱은 갤럭시와 아이폰 모두 지원하지 않는 탓에 별도의 ‘블루투스 동글’을 연결해야 제대로 된 성능을 즐길 수 있다.

■헤드폰은 이걸로 졸업… T+A의 ‘솔리테어 T’

브릴리안트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효자 헤드폰은 놀랍게도 230만 원에 달하는 고급 기종이었다. 독일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티플러스에이(T+A)의 ‘솔리테어 T’가 그 주인공이다. 퀄컴 칩셋을 내장한 솔리테어 T는 ‘하이퀄리티 모드’로 들어 보면 무선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앞서 들어 본 테스트 곡들을 다시 재생하니 저음은 한층 깊으면서도 깔끔하고, 고음은 어마어마하게 선명하다. 베이스 연주 소리는 담백해졌고, 드럼을 약하게 치는 소리, 현악기를 살살 켜는 소리까지 놓치지 않는다. 보컬은 물론 코러스도 명확해졌고, 건반과 드럼 소리는 더욱 경쾌하다. 각각의 사운드가 분명해지니 곡이 전체적으로 풍성해졌다.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K팝부터 클래식까지 소화하는 진정한 올라운더다. 에스파의 ‘위플래쉬’에선 곡 내내 깔리는 비트가 탄탄해져 듣는 재미가 확실해졌다. ‘빠밤~ 빠밤~’ 하는 도입부로 유명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9번 4악장에선 웅장하고 장엄한 관악기 소리들이 가슴을 울린다.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운, 흠잡을 데 없는 하이파이 헤드폰이다.

한때 수영 선수들이 경기 전 헤드폰을 착용하고 등장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이들은 마인드 컨트롤 및 긴장 완화를 이유로 꼽았다. 선수들이 작고 가벼운 이어폰 대신 헤드폰을 택한 이유는 음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마음이 차분해지고 긴장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뉴스만 보면 화가 나는 요즘,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헌정 사상 유례없이 혼란한 올겨울, 나만의 헤드폰 하나 장만해 잠시라도 분노를 가라앉혀 보자.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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