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들은 왜 부산을 떠날까?
김정수 동아대 명예교수 동양경제연구원 회장
부산을 비롯한 지방 도시들의 공통된 문제는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이다. 지난 10년간 부산의 15~29세 청년 인구 비중은 2014년 6.69%에서 2023년 5.95%로 0.74%P 감소했다. 반면 경기도는 2.29%P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최근 부산시가 광역시 중에서 최초로 소멸 위험 지역으로서 청년 유출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부산에 중심 산업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도권보다 나은 대학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하니 부산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가 있고, 유수한 대학들이 집중해 있는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지난 10년간 청년 취업률은 서울이 0.78%P, 경기가 3.39%P 증가했지만, 부산은 0.57%P 감소했다. 또 2023년 우리나라 1000대 기업 중에서 부산업체는 31곳인데, 서울은 530곳이었다. 100대 기업에는 부산이 한 곳도 없었는데, 청년 취업률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 중의 하나는 일류 대학들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역 특색이나 학문적 특성도 없고 모든 대학의 커리큘럼 등이 대동소이한 데다 대학 서열화가 분명해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밀집 현상과 지방 도시 소멸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응책은 없을까? 하나의 예로 ‘조선일보’와 영국의 QS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4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 중에서 ‘톱 10’ 안에 들어간 대학은 연세대뿐이며 순위도 9위를 차지했다. 부산 지역 대학은 70위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처지다. 특이한 것은 중국의 베이징대가 3년 연속 1위를, 홍콩대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2024년 ‘중앙일보’의 우리나라 대학 종합평가에 따르면, 1위 서울대, 2위 연세대, 3위 성균관대로 이어진다. 20위권 안에 유일하게 지방 대학이 들어간 곳은 20위의 경북대뿐이고 모두 수도권 대학들이다. 또 다른 국제기관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부산대가 2024년 561위를, 경북대가 554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앞선 순위는 거의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다. 후순위는 거의 지방 대학들이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도 높은 순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비해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오래 전 호황을 구가했던 합판, 목재, 신발과 같은 중심 산업도, 특화된 유수한 대학도 없는 상황에서 부산에 인구가 모이고, 특히 청년들이 계속 머물겠는가? 오늘날 모든 조직체가 생존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차별화와 특화’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부산은 한국 제1의 항구 도시이다. 항구는 해양 관련 산업인 해운, 항만, 물류, 무역, 수산, 선박 분야가 발달해 있다. 이 분야를 특화해 부산의 중심 산업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부산에는 이들 산업 관련 대학이 필요하다. 한 예로 ‘KBS 부산’은 특집 다큐멘터리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지방대혁명’에서, 스웨덴의 항구 도시 말뫼는 한 때 조선업 쇠퇴로 도시 경쟁력이 약화했지만, 1990년대 후반 말뫼대를 설립한 이후 청년의 에너지로 가득 찬 대학 도시로 변신했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도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이후 글로벌 대기업들이 찾는 ‘제2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결론은 지역 대학이 20대 청년을 도시로 이끄는 중요한 기관이자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공간이란 점이다.
앞으로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특징이 없는 대학들은 자연히 퇴출될 것이며, 특히 지방 대학들부터 먼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중심 산업이 없고, 특정 분야에 특화된 경쟁력 있는 대학이 없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부산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이들의 유출을 막을 대책 실행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