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내란 특검 발목 잡기 접고 여야 합의에 협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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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특검 추천 권한 등 수정 법안 발의
조속한 합의 처리로 국정 혼란 해소하길

야 6당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내란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 6당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내란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내란 특별검사법’(이하 특검법)의 국회 처리가 순조롭지 않다. 앞서 발의됐던 특검법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이어 지난 8일 국회 재표결에서 2표 차이로 부결되자 야당은 수정 법안을 마련해 이르면 14일, 늦어도 16일엔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정 법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날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특검법안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검법 자체를 반대하는 당내 기류도 만만치 않아 실제 논의에 이르게 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이 이번에 재발의한 특검법은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제삼자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기로 했다. 여당은 배제하고 야당만이 특검을 추천키로 한 이전 안을 수정한 것이다. 새 특검법은 또 야당이 특검 후보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인 비토권도 삭제했다. 파견 특검 등 수사 인력도 205명에서 155명으로 축소했고 수사 기간 역시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군사나 공무상 비밀 유출 우려가 있을 경우 언론 브리핑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며 특검법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사안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 셈이다.

그런데도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야당이 재발의한 특검법이 포장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한다. 국민의힘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스스로 특검법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어떤 내용의 법안을 언제까지 구성해 어떤 방식으로 발의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특검의 수사 대상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야당의 새 특검법 본회의 표결에 대비해 당내 이탈표를 단속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심도 제기된다. 어느 경우든 여당으로서 특검법을 처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명분 없는 발목 잡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당은 물론 법조계에도 12·3 비상계엄 사태 조사와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특검을 꼽는다. 자체 특검법을 추진하는 걸 보면 국민의힘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특검법 처리를 주저해선 안 된다. 지금 같은 국정 혼란은 하루빨리 종식돼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14일 특검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기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 최 대행이 ‘여야 합의를 통한 특검’을 제시했고 야당은 한 발 물러섰다. 남은 것은 국민의힘의 전향적인 자세다. 지금이라도 당장 야당과 합의에 나서는 것이 집권 여당으로서 책무에 마땅한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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