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탄핵심판 시작, 尹 구차한 기피 꼼수 접어야
앞뒤 논리 안 맞는 구실로 지연 꾀해
“법적 책임 회피 않겠다” 식언 참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번째 변론을 14일 오후 2시 개최했지만 불과 4분이 채 안 돼 끝났다. 이날 국회 측 소추위원단과 대리인단,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변론에 참석했으나 정작 심판 대상자인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실 전날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로 인한 신변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불출석을 예고한 상태이기는 했다. 그래도 당초 수사든 심판이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힌 윤 대통령인지라 설마 그렇게 할까 싶었는데 정말로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가졌을 국민들로선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게 지난달 14일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윤 대통령이 갖은 핑계로 심판을 지연시키려 한 정황이 너무도 뚜렷하다. 우선 헌재의 탄핵심판 관련 모든 서류의 수령을 거부했다. 기다리다 못한 헌재는 서류의 대통령 관저 도달로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헌재가 공정한 변론 준비를 위해 탄핵심판 의결에 대한 답변서를 요청해도 윤 대통령은 뚜렷한 이유 없이 상당 기간 무시했고, 마지못해 제출한 답변서도 부실하기 짝이 없어 헌재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대리인단 선정도 지난 9일에야 완료했다. 모두가 탄핵심판을 지연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뿐인가. 탄핵심판 대상에 ‘형법상 내란죄’가 빠진 부분에 대해 헌재가 ‘쟁점 여부 판단은 헌재의 몫’임을 확인했는데도 윤 대통령 측은 각하를 주장한다. 그럼에도 헌재가 14일로 1차 변론기일을 정하자 급기야 헌재 재판관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정계선 재판관 기피신청을 낸 것이다. 거기에 더해, 헌재가 다섯 차례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국회 회의록을 증거로 채택한 데 대해서도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냈다. 헌재가 이를 일괄 기각하자 이번에는 “헌재의 월권” 운운하며 정 재판관은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며 어깃장을 놓는다. 탄핵심판이 본격화하면서 다급해진 윤 대통령이 마구잡이로 지연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정당했다”고 강변하며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는 강하게 저항한다. 거기에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덧붙인다. 그런데 정작 탄핵심판마저 온갖 구실을 대며 지연시키려 한다. 앞뒤 논리가 뒤죽박죽이라 결국은 다 허언으로 비친다. 비록 직무가 정지됐다고는 하나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몹시도 구차하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불출석하더라도 향후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원하든 원치 않든 탄핵심판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제부터라도 심판에 성실히 응하는 게 국민에게 덜 부끄러운 모습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