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빈집, 도시 활력 전략으로 탈바꿈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부산 노인 23%, 소멸위험단계 진입
산복도로 원도심 중심으로 빈집 급증
정밀한 데이터 구축 및 모니터링 필요
도시 재생 대안으로 빈집 활용하길
을사년, 푸른 뱀의 해인 2025년은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20.3%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첫해가 되었다. 2035년에는 30%, 2050년에는 40%까지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가 된다. 한편 부산은 이미 2021년 9월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젠 노인인구 비율이 23%로 이미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그래서 부산을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부른다. 바다와 산 등 좋은 경관을 가지고 있으나 65세 이상 노인만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부산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원도심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은 과거 부산항 일원의 개항과 교역으로 발전한 지역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1955년에는 인구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격히 성장한 지역이다. 당시 원도심은 부산 면적의 9.2%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21.2%가 거주해 면적 대비 막강한 중심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인구 변화율은 부산 평균이 14.7%였지만, 원도심은 평균 38.2%로 인구 감소폭이 부산 전체보다 2.5배 이상 큰 상황이다. 고령화지수도 30%에 육박한다.
이러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빈집 문제로 연결된다. 원도심에는 무허가 건축물까지 포함하여 빈집 수가 5549채 정도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원도심 중 산복도로 일원과 정비사업지에 빈집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동별로는 범일동, 범천동, 남부민동, 신선동 순으로 빈집이 밀집돼 있고, 이 중 무허가 건축물이 56.4%를 차지한다. 더불어 최근 연립주택이나 아파트의 빈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산시 전체 빈집 중 약 25%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라고 한다. 빈집이 점점 더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여 언론에서 다양한 문제점과 정책 제안 등 지속적인 보도를 했다. 〈부산일보〉에서도 부산연구원 디지털정보센터와 공동으로 '부산 빈집 SOS' 기획을 통해 인구 소멸로 폭증세를 보이는 빈집 문제를 진단하고, ‘빈집SOS지수’를 개발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부산시는 원도심 중심으로 2023년까지 빈집 2000호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철거 비용 지원, 빈집 활용을 위한 우수 사례 안내 등 정비와 홍보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현행법에서는 빈집을 '시장·군수 등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무허가 주택은 빈집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빈집의 범위에 무허가 주택을 포함하고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구도심 등에 대한 빈집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개선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보다 먼저 빈집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교토시는 2026년부터 '비거주주택활용촉진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빈집으로 인해 주택 공급 저해, 방재·방범·생활 환경상 문제, 지역 커뮤니티 활력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빈집 소유자에게 ‘빈집세’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빈집의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는 노후 공영주택의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가나자와대학 축구부를 입주시켰다. 축구부 청년들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오르내리기 힘든 탓에 빈집이 많던 4~5층을 기숙사로 활용한다. 빈 점포는 식당과 노인건강체조교실을 운영하고, 서빙이나 설거지는 축구부원이 맡고 있다. 축구부원들에게는 일정액의 급여가 지급된다. 운영비는 카페의 수익금과 가나자와대학·요코하마시·가나가와현의 지산학 프로젝트 예산으로 충당한다.
독일의 라이프치히시는 소유세를 감면하여 빈집 정비를 유도하는 정책과 더불어 빈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단체와 토지 소유주 간의 장기 공간 계약을 맺고 있다. 건축물을 짓지 않는 조건으로 가드닝, 자전거 워크숍 등 생활권 중심으로 다양하고 자발적인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계약 종료 후 반응이 좋은 공간은 기업, 공공기관이 매입하여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빈집과 세입자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건축가 중심으로 새로운 건축적 대안을 제안하는 프로그램 등을 지역 활성화 방안으로 진행 중이다.
이제 우리도 빈집에 대한 법률적 근거, 행정적 지원 등 정책적 제안을 위한 기초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좀 더 탄력을 받으려면 빈집SOS지수를 기반으로 동 단위의 정밀한 빈집 데이터 구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다양한 참여자 중심 아이디어를 모아 지원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소유주가 스스로 수리 및 관리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빈집이 문제가 아닌 도시를 살리는 새로운 대안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