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위기 극복하며 국격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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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43일 만인 15일 한남동 관저 진입
법치주의 회복으로 추락한 국격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관저에 진입한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관저에 진입한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관저에 진입한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2차 체포영장이 벌써 발부된 윤 대통령 체포에 착수해 오전 10시 33분께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우려했던 경호처의 무력 사용 등 강력한 저항은 없었다. 윤 대통령 체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43일 만으로, 현직으로선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 체포로 비상계엄 사태 수습의 첫 단계는 일단 넘었다. 하지만 지난날 31일 첫 체포영장 발부 때부터 이날까지 분열된 국론과 추락한 국격은 우리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모든 일은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당시부터 “모든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예전의 다짐을 비웃듯 온갖 꼼수로 이를 거부해 왔다. 심지어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는가 하면 경호처에 무력 사용까지 주문했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도 나왔다. 경호처의 전열이 사실상 붕괴된 2차 집행 때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자진 출석’을 거론하며 경찰 체포 인력의 관저 선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영장 집행을 늦춰보려는 얕은 술수가 아닐 수 없다. 끝까지 국민에게 비루함만 보인 셈이다. 공수처에 가서도 진술과 영상 녹화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더는 놀랍지도 않다.

12·3 비상계엄 선포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 체포로 내란 혐의 수사가 중대한 진전을 이루게 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 진영 간 극심한 갈등은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우려스럽다. 특히 윤 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에서 점점 가시화하는 조기 대선 분위기는 좌우 갈등의 새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벌써 여야의 유력 대권 주자들은 저마다 출마 의지를 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선 준비야 각자의 사정이겠지만 지금의 갈라진 국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의 지지 기반 확대는 절대 금물이어야 한다. 국가의 불행을 이용하려 한다면 이미 정치할 자격이 없다.

윤 대통령 체포는 불행한 일이긴 해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법치주의의 기본인 영장 집행을 놓고 보름이나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일 자체가 바로 국격 추락이다. 지금부터는 완전한 법 질서 회복으로 다시는 이런 위헌·위법한 일이 없도록 전례를 확립하는 일이 무너진 국격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다. 게다가 국가적으로 경제 위기, 한미 관계, 북핵 문제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마당이다. 대통령의 연이은 구차스러운 행태에 국민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정치권도 극렬 지지자를 동원한 수사기관 압력은 자제해야 한다. 이제부턴 사법기관의 시간이다. 헌재든, 공수처든 그 결과에 승복하는 일이 바로 국격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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